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기자회견서 거론될지가 관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보도된 일본 유력지 요미우리 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책은 명확하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에 의해 관리되고(administered) 있으며 그러므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이 섬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administration)을 훼손하려는 어떤 일방적인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센카쿠 영유권의 소재에 대해서는 '중립'을 취하되,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왔기에 발언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 6일 일본 방문 때 "센카쿠는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고 미일안보조약의 적용을 받는다"며 센카쿠를 직접 언급하며 미국의 방위공약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현직 대통령이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아시아 4개국(일본·한국·말레이시아·필리핀) 순방의 첫 기착지인 일본을 방문하는 날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써온 오바마 대통령이 그와 같은 언급을 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이번 아시아 4개국 방문을 계기로 '말 뿐인 아시아 중시 외교'라는 지적을 불식하고, 중국에 견제구를 던지려는 의중이 읽힌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댜오위다오가 일본 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란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사실을 존중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영토문제에서 일방의 편에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속내는 24일 열릴 미일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올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에서 같은 내용을 반영할지를 지켜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미일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공동성명에 명기하는데 외교력을 투입해왔지만 미국 측은 난색을 표해온 것으로 보도됐다.

만약 센카쿠가 미일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문구가 공동성명에 포함되거나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감수하고라도 미일동맹이 '아시아 중시 외교(아시아 중심축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밝혀두는 조치로 해석될 전망이다.

반면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센카쿠가 직접 거론되지 않는다면 결국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중일 사이에서의 '절충안'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손을 들어주되,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상회담에서 거론하지 않는 대신 언론 인터뷰에서 거론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 등에 미국의 센카쿠 방어공약이 포함될지는 현재 미일간에 치열한 양자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막판 조율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

만약 일본이 정상회담 직전 쌀·보리·소고기·돼지고기·유제품·설탕 등 이른바 '관세 성역품목'에서 미국에 일정한 양보를 함으로써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TPP와 관련한 중대한 진전이 명시될 상황이라면 오바마도 중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화끈하게' 일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