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커 버드앤드버드 대표(왼쪽)와 목근수 충정 대표가 서울 영국대사관 관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제공
데이비드 커 버드앤드버드 대표(왼쪽)와 목근수 충정 대표가 서울 영국대사관 관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제공
“글로벌 법률시장은 서로 잡아먹는 전쟁터가 아닙니다. 고객인 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목근수 법무법인 충정 대표는 법률시장 개방이 국내 로펌 등 변호사업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 “법률시장만 놓고 손익을 따져선 안 된다”며 부정적 시각을 경계했다.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일정에 따라 지난 15일 2차로(한·EU는 작년 7월 2차 개방) 법률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2단계 개방으로 국내 로펌들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법자문 로펌과 업무제휴 및 공동 수임이 허용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1일 서울 정동의 영국대사관에서 국내외 로펌 간 첫 전략적 제휴를 맺은 충정의 목 대표와 영국계 로펌 버드앤드버드의 데이비드 커 대표를 만나 제휴 배경 등을 들어봤다.

1846년 설립된 버드앤드버드는 테크놀로지·미디어·텔레콤 및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충정은 외국계 고객 비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국제화된 로펌. ‘10여년 지기’인 양사는 유명 외국 패션브랜드의 국내 판매사업 인수 등 비중 있는 사건도 25건 정도 함께 처리해왔다.

커 대표는 “기술적으로 앞선 한국 유수의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목 대표는 “법률시장 개방의 대응책으로 제휴를 맺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공식 진출한 18개 외국법자문 로펌과 달리 버드앤드버드는 별도 사무실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사 간 제휴를 통해 충정은 17개국에 진출한 버드앤드버드 소속 변호사 1100여명의 글로벌 네크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버드앤드버드 입장에서도 소속 변호사 두세 명을 한국에 상주시키는 것보다 충정의 100여명 변호사와 협력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이다. 커 대표는 “현지의 전문성을 가진 로펌과 협력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목 대표는 “지금까지는 건별로 협력해왔지만 앞으로는 두 회사가 한 조직 안에 있는 것처럼 업무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첫 단계는 고객을 서로 추천해주는 것이다.

영국 로펌들은 독일에 진출해 토종 로펌들을 합병으로 초토화하는 등 공격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커 대표는 “우리는 영국 로펌이 아니라 다국적 로펌”이라며 “로펌 인력의 70% 이상이 영국 밖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덴마크의 한 로펌과 합병했지만 다양한 로펌과 배타적이지 않은 협력관계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법률시장만 놓고 보면 외국 로펌의 잇따른 국내 진출로 국내 변호사업계가 잠식당한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목 대표는 “법률서비스 수지에선 한국이 매년 적자(작년 7억42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뛰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외국 로펌을 활용해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