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은 18일 “지난해 성적이 부진할 때 악플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며 “올 시즌을 기복 없이 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김하늘은 18일 “지난해 성적이 부진할 때 악플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며 “올 시즌을 기복 없이 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4월10일·롯데마트여자오픈)이 22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따뜻한 지역에서 동계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속속 귀국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톱랭커들을 차례로 만나 동계훈련의 성과와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들어본다.

김하늘 "魔의 벽, 그린적중률 80%로 끌어올릴 것"
김하늘(26·BC카드)은 지난해 상반기 드라이버샷이 계속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는 ‘OB병’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혹독한 시련기를 보냈다. 한 차례 우승했지만 상금랭킹 11위에 머물러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그로선 자존심이 몹시 상한 해였다. 그는 “지난해는 저에게 100점 만점에 40점밖에 줄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자평했다. 올해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4일까지 태국 치앙라이에서 52일간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하늘을 18일 수원 남부골프연습장에서 만나 올해 목표부터 물어봤다.

“기복 없이 올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입니다. 모든 대회에서 다 잘 칠 수는 없기 때문에 편하고 여유있게 임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막연하게 몇 승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린 적중률을 80%대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린 적중률이 낮으면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고 성적이 좋게 나올 리 없으니까요.”

김하늘은 지난해 68.78%의 그린 적중률로 투어 32위에 그쳤다. 그린 적중률 80%를 돌파하면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다. KLPGA 선수 가운데 2010년 이보미(26)가 81.41%를 기록하며 그해 대상, 상금왕, 다승왕 등 3관왕에 올랐다. 2008년 안선주(80.94%)와 신지애(80.48%)도 ‘마의 벽’인 80%를 넘었다. 흠잡을 데 없는 스윙을 구사하는 프로들은 어떤 레슨을 받을까 궁금했다.

“스윙이 흐트러지니까 계속 체크를 해야 해요. 쇼트게임에도 자기만의 방법이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이나 기술이 있으면 새롭게 시도해보고 자신과 맞으면 받아들이고 안 맞으면 원래 하던 대로 하죠. 동계훈련은 시즌에는 할 수 없던 새로운 것을 실험해보는 시간입니다.”

김하늘은 동계훈련을 하면서 백스윙의 크기를 줄였다고 한다. “시즌을 보내다보면 백스윙이 커져요. 백스윙을 줄이는 데 중점을 줬습니다. 백스윙을 줄이니까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고 임팩트도 좋아지더군요.”

프로에게 ‘우승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 김하늘은 “미국 대회에 가서 느낀 점은 선수들이 성적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면서 경기한다는 것”이라며 “예선에 떨어져도 선수는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늘 잘 칠 수 있나’라며 위로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나이 먹고 결혼해도 투어를 뛰고 싶었으나 이제는 상위권에 있을 때 4~5년만 더 뛰고 은퇴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김하늘은 지난해 성적이 부진할 때 악플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 인기가 있다는 얘기도 되지만 댓글을 보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이런 것들을 모두 피하고 싶어서였다. ‘김연아처럼 공개할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하자 “지금까지 소개팅도 한 번 안 해봤다. 공개구혼이라도 하고 싶다”며 깔깔 웃었다.

수원=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