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위, 靑에 직접 접촉 제의…포괄협의 통해 '고립' 탈피 노린 듯
남북이 12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가동하지 않는 지난 8일 오후 5시 우리 측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지 3일 만이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로 통지문을 청와대 안보실 앞으로 보냈다. 남북 차관급 이상의 고위급 인사가 만나는 것은 2007년 이후 7년 만이다.

◆긴급 제안 이유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앞둔 상황에서 긴급히 접촉을 제안한 것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대외적 고립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청와대를 특정해서 만나자고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지 탐색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과시한 뒤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남북관계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김정은의 방중, 북·미관계 등 대외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큰 틀에서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탐색하고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이 있는지 타진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청와대를 불러낸 것은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추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살펴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천안함 폭침 후 5·24 제재조치로 사실상 고립된 상황”이라며 “김정은의 공약인 민생향상을 위해 남북관계를 풀고 평화로운 대외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제안한 상호 적대행위 중지 등 중대제안의 논의와 함께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비선라인 가동됐나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우선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가 풀리면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다른 문제도 논의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등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지난 5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달 20~25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는 했지만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번 제안에서 이례적으로 사전에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지 않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접촉은 남북 양측이 서로 생각하는 남북관계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남북 양측이 ‘남북관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중량급 인사가 수석대표를 맡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남측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측에서는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김 1차장은 신설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며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원 부부장은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북한의 대남정책을 주도해 왔다. 양측은 접촉성사 과정에서 비선라인을 가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