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실업급여 등 노사정 합의 진통 예고
선진국형 '선취업 후학습'으로 사회·문화 바뀌어야


고용노동부가 1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은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을 높여 전체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은 일반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사회보험망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된다.

현재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은 받지만 고용보험 적용 대상은 아니어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번 정책과제는 그러나 보험 가입 방식이나 보험료 분담 비율 등 민감한 현안이 남아 있어 2016년 실제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특수고용직 44만5천명 혜택 전망…노사합의가 열쇠
특수고용직은 계약 관계를 통해 근로를 제공하면서도 자영업자의 성격이 강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직종이다.

2007년 12월부터 시작돼 5년 8개월간 이어진 재능교육 사태는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산업재해보험법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레미콘 기사 등 6가지 직종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있다.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은 2002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논의 중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탈퇴하면서 진통 끝에 2008년 4개 직종 먼저 산재보험이 적용됐고 이후 2개 직종이 추가됐다.

산재보험은 사용자가 보험료를 내는데 특수고용직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한다.

사용자의 반발 등을 반영한 절충안이다.

또 적용제외 조항이 있어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를 밑도는 등 운영상 문제점도 적지 않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고용보험은 이런 산재보험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일반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급여의 0.65%씩 총 1.3%를 나눠서 고용보험료로 부담하고 있다.

자영업자처럼 임의가입 방식으로 근로자가 전액 부담할지, 아니면 당연가입 방식으로 하면서 노사가 보험료를 분담할지는 추후 노사정 논의를 통해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노사정위에 노동계가 강한 불신을 보이는 등 대화의 물꼬조차 열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 논의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중소 택배업체, 퀵서비스 회사 등의 반발도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작년 10월 기준 44만4천544명이다.

이 가운데 보험설계사가 33만6천723명으로 가장 많고 학습지 교사(5만8천242명), 캐디(2만4천560명), 레미콘 기사(1만572명), 택배기사(1만1천988명), 퀵서비스 기사(2천459명) 순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들 6개 직종을 포함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수가 정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2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술인은 고용 형태로 종사하는 게 아니므로 자영업자처럼 임의가입 방식으로 고용보험 가입이 추진된다.

본인이 선택한 월 소득기준에 따라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면 실업급여를 받는다.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예술인으로 증명받은 예술인이 대상이다.

고용부는 대상자가 5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는 이직이 잦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안정된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다.

일정기간 인출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에 직장을 옮기더라도 적립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3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4.5%로 300인 이상 사업장(91.3%)의 도입률을 훨씬 밑돌고 있다.

◇청년·여성 고용률 높이기 총력…사회 분위기 전환 병행돼야
고용노동 분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용률 70%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추진된다.

지난해 고용률 64.4%로 목표치 64.6%에 못 미쳤다.

청년고용률은 사상 처음 30%대로 내려갔다.

정부는 청년,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 독일, 스위스 수준에 버금가는 직업훈련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부처 합동으로 직업훈련 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계고 학생의 신청을 받아 폴리텍, 기술대학 등에서 기술과정을 가르치고 일 학습 병행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취업하도록 돕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

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일선 교육 현장에 선취업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입시교육이 우선하는 현행 교육시스템과 사회분위기 속에서 직업교육이 당당한 교육과정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부 프로그램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발표한 여성 경력단절 해소 대책 방안에서 제시했던 정책도 업무보고에 함께 포함됐다.

두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에게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고 근로시간단축제 확대 등 각종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방안도 제도가 미흡하다기보다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위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자는 내용의 '일가(家)양득'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세종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