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재계 5대 이슈 'H·O·R·S·E'…말처럼 쉽지 않아도 말처럼 힘차게 넘는다
갑오(甲午)년 말의 해가 밝았다. 기업들은 격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청마(靑馬)처럼 힘차게 목적지로 달려가기 위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우선 업종 간 융합(hybrid)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이른바 정보기술(IT)과 통신 간 결합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도 결국 업종 간 융합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범위가 확대된 통상임금(ordinary wage) 후폭풍을 헤쳐가야 하는 것도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침체의 늪을 벗어나 실적 회복(recovery)의 계기를 마련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경영권 승계(succession)와 규제 강화라는 변수를 딛고 안정된 기업지배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주요 과제다. 수출에 불리해진 환율(exchange rate) 하락(원화 강세)도 극복해야 한다. ‘horse’로 요약할 수 있는 2014년 재계 5대 이슈를 살펴본다.

○30조 구조조정 시장 주목

노새(일반 말+당나귀)나 조니(얼룩말+조랑말)의 예에서 보듯 종을 뛰어넘은 결합이 많은 말의 특성처럼 올해는 업종 간 융합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전장(電裝, 전기전자장치) 부품이 전체 차량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늘어남에 따라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올해에 전장 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이은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STX와 동양을 시작으로 동부와 현대, 한진 등이 매물로 내놓은 기업이 넘쳐나서다. 민영화 기조에 따라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M&A 시장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풀어야 한다. 대법원이 지난달 18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되 소급 적용하는 것은 제한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범위와 기준을 둘러싸고 올해부터 노사가 기싸움을 벌일 공산이 크다. 고용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이 올해 11조3800억원의 임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4년 재계 5대 이슈 'H·O·R·S·E'…말처럼 쉽지 않아도 말처럼 힘차게 넘는다

○엔저 여파 뛰어넘나

기업지배구조 변화 역시 2014년 재계를 강타할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로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됨에 따라 확장 경영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대기업들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런 순환출자 해소 속에 일부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본격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 변화는 주로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지만 환율 변화는 대부분의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다. 장중이긴 하지만 지난달 30일 5년여 만에 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