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이후 7개월여만…대변인 역할 축소로 자진사퇴 관측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집권 첫해 청와대 초대 남녀대변인 2명이 모두 낙마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새 정부 청와대 비서관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한 인사는 바로 대변인 2명이었다.

취임 하루 전날인 지난 2월24일 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김행 소셜네트워크 뉴스서비스 위키트리 부회장을 각각 남녀 대변인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 내내 '불통'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윤 전 대변인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석 달도 안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것.
사건 자체가 매우 선정적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의 첫 대국민사과를 불러왔고, 박 대통령의 취임 초기 '인사 파동'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7개월 넘도록 김 대변인은 홀로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지켜왔다.

둥글둥글한 성격과 붙임성으로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도 있었던 반면 일각에서는 이날 사퇴가 '예고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수행하지 못한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윤창중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이정현 전 정무수석이 신임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김 대변인의 역할이 눈에 띄게 위축됐던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는 내년초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김 대변인이 미리 사표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김 대변인인 보도자료에서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의 대변인직을 마치고 잠시 쉼표를 찍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고, 꽤 오래전부터 여러차례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비서관 가운데 처음 점찍은 대변인 2명이 집권 첫해를 넘기지 못하고 모두 낙마하면서 결국 박 대통령의 인사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 대변인의 사의를 받아들였으며, 후임 대변인을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대변인은 정부부처와 언론계 출신 등 인사 여러명이 하마평에 올라있는데, 남성 단독 대변인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