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 한목소리 내면 국제사회서 큰 역할"
경기 동두천에서 태어나 11세 때 호주로 이민 간 ‘이민 1.5세’ 여성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호주 정부에서 실무국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HK 홀더웨이 호주 재무부 G20정책국장(43·사진). 이름만 보면 외국인 같지만 외모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한국 이름은 유혜경이다.

홀더웨이 국장은 18~19일 한국과 호주 공동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G20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입국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20개 나라가 매년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에 G20 실무국장 자리는 평생 한번 할까 말까한 영광스러운 자리”라며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는 11월15~16일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리는데 이때까지 모두 4번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6번의 재무차관 회의, 4번의 셰르파(정상 대리인) 회의가 홀더웨이 국장의 손을 거치게 된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갔다. 호주 국적도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 뒤 1991년부터 22년째 호주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중 지난 1월 G20정책국장에 발탁됐다.

여기에는 그가 2010년 주일 호주대사관의 경제담당공사로 일하던 중 한국에서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 때 1년간 파견근무를 한 경력이 큰 자산이 됐다. 당시 호주 정부가 한국에 ‘G20 서울 정상회의를 도와줄 인력을 파견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홀더웨이 국장의 한국 근무가 성사됐다. 당시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현 금융위원장)는 그와 얘기해 본 뒤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perfect bilingual)”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남편 에드워드 홀더웨이 씨와의 인연도 한국에서 시작됐다. 그는 1994년 대전 엑스포 기간 중 호주 정부가 운영한 국가별 전시관인 호주관에서 자원근무를 했는데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 그의 남편은 현재 호주 금융부 공무원이고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말도 잘 구사한다고 홀더웨이 국장은 전했다.

홀더웨이 국장은 “한국과 호주는 무역에서 서로 보완적인 측면이 많고 국제회의에서도 비슷한 입장일 때가 많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두 나라가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면 잘 안 들리지만 둘이 합쳐 목소리를 내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