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관련 180개 소송…23억이 38조 '임금폭탄' 될 수도
“어떻게 하면 통상임금 소송을 피할 수 있나요?”, “임금체계를 바꿔야 하나요?”

16일 정부과천청사 고용노동부에는 아침부터 통상임금 대응 방안을 묻는 기업 노무담당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주무국인 노동정책실 근로개선정책국뿐만 아니라 고용 문제로 기업들과 자주 접촉하는 고용정책실 산하 국·과들에도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최근 판례 동향을 설명해주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정기 상여금을 성과에 연동한 변동상여금 체제로 바꾸는 등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통상임금에 복리후생비와 정기 상여금 등 1임금 주기(1개월)를 초과한 기간에 지급하는 금품의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 ‘우린 어쩌나’ 발 동동

통상임금 관련 180개 소송…23억이 38조 '임금폭탄' 될 수도
18일 대법원 판결 대상은 자동차부품 회사인 갑을오토텍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2건의 소송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와 △여름휴가비·김장보너스·개인연금 지원금 등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지난해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동환경팀장은 “두 건의 소송가액은 23억500만원이지만 판결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들도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근로자 수가 600명에 달하는 갑을오토텍은 총 77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현재 180여건인 통상임금 소송이 수천건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안산의 A자동차 부품회사 사장은 “우리같이 작은 기업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응할 만한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 후 직원들이 소송을 걸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임금체계 개편 불가피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비해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4~5개의 개편 시나리오를 짜놓은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고용부의 지침을 살펴본 뒤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노조 측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한 만큼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해야 시간외 근로수당이 현실화되고 장시간 근로문제가 해결되며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사태를 막지 못한 고용부의 무능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고용부는 지난 6월 통상임금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들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당초 기한(9월)을 넘기는 등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대법원이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더라도 노사 합의를 존중하고 시행 시기에 시차를 두는 등 충격 완화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진석/강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