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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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목과 팔이 날아다닌다.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코믹 만화의 한 장면처럼 영화 전체가 희화화됐기 때문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한 마세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마세티 킬즈' 이야기다.

옛 동시개봉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허접스러움, 유치함, 싸구려 분위기가 그야말로 폭발한다.

'마세티 킬즈'는 요즘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제대로 된 B급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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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단속을 벌이다 동료를 잃은 마세티(대니 트레조)는 미국 대통령(찰리 쉰)의 제안을 받고 멕시코 조직폭력배 두목을 검거하러 간다.

뛰어난 능력으로 단숨에 조직폭력배 두목을 검거한 마세티. 그러나 모든 일의 배후, 대악당 루더 보즈(멜 깁슨)가 등장해 그에게 암수를 가하자, 마세티는 위기에 봉착한다.

영화 '마세티'시리즈의 장점은 황당무계함에 있다.

홍콩 무협영화, 일본 사무라이 영화, 미국 서부 영화 등 각종 영화를 비틀고 뒤집으며 이상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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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가슴에 장착된 기계를 통해 총을 난사할 수 있는 여자들, 성(性) 변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변신의 귀재, DNA가 복제된 인조인간 등 괴이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마세티와 대결을 펼친다.

잘생긴 것과는 100만 광년쯤 떨어진 마세티에게 안기려고 달려드는 무수한 미녀들의 모습이나 모든 말 앞에 "마세티~"를 붙이는 유아스런 주인공의 말투와 칼질 한 번에 여러 명을 황천길로 보내는 신적인 군무의 부조화는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내용은 B급이지만 캐스팅만은 화려한 A급이다.

세계적인 스타 레이디 가가, 제시카 알바, 미셀 로드리게스, 멜 깁슨, 찰리 쉰 등이 등장해 전혀 멋지지 않은 역을 소화해 냈다.

마세티 시리즈의 3편으로 예정된 '마세티 킬즈 어게인…인 스페이스'는 우주가 배경이다.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나오는 예고편에선 보즈 박사와 마세티의 광선검 결투장면이 나온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다와 루크의 진검 승부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몸집을 키운다면 '마세티' 시리즈는 시리즈가 늘어날수록 황당함을 키우는 듯 보인다.

B급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손꼽아 기다릴만한 작품.
11월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7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