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로 인해 대규모 보험계약이 해지된 동양생명이 남몰래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해지된 보험 대부분이 보험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저축성보험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 9월 말 이후 최근까지 해지된 동양생명의 보험계약 규모는 1500억원 안팎이다. 동양과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불안해진 동양생명 가입자들이 무더기로 보험계약을 해지해서다.

금융당국의 분석 결과 해지된 보험계약의 대부분은 5억~7억원짜리 즉시 연금보험이다. 대표적 저축성보험인 즉시 연금보험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어 보험에 가입한 뒤 다음달부터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세제 개편 이슈와 맞물려 매달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즉시 연금보험에 몰렸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수십년간 가입자에게 약속한 최저 보증 이율 이상으로 꼬박꼬박 돈을 지급해야 하는 즉시 연금보험은 보험사들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까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역마진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되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빨리 바꾸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생명은 동양 사태 이후 즉시 연금보험의 해지가 잇따르면서 본의 아니게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