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과 2代인연 후쿠다 전 총리 한일포럼 방한…靑정무수석 만찬 참석
靑관계자 "G20 한일정상회의 있다고도 없다고도 못해…여러가지 감안할것"
G20서 회담 불발시 10월초 APEC, '아세안+3'서 만날 가능성도 거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연내 열릴 수 있을까.

최근 일본 측에서 계속해서 한일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언행'이 이어지면서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다음 달 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정상회담을 하자는 일본의 제안과 관련, '실질적인 회담이 열릴 수 있는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8ㆍ15 광복절에 일본 정부 인사들이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 아베 정권의 도발적 행동이 여전하고,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모종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외교 문제에 있어 '단언은 금물'이라는 분위기도 조심스럽게 감지된다.

특히 일본 측이 정상회담을 적극 원하고 있는 가운데 한일관계의 전통적인 중요성, 미국측의 물밑 관계정상화 요청, 대북 대응 공조 등의 필요에서 우리 측도 마냥 대일경색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가 이날 한국을 방문한 것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마침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이날 방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07∼2008년 총리를 지낸 후쿠다 전 총리는 22∼24일 서울에서 양국 국회의원과 지식인 등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리는 한일포럼(한국 국제교류재단·일본 국제교류센터 공동주최)에 참석차 방한, 개회식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선다.

후쿠다 전 총리는 특별강연에서 "감정이 격앙돼 있을 때도 서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중요하다.

(한일) 정상 간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총무회장과 지한파(知韓派) 정치인으로 알려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무상(민주당) 등도 참석한다.

무엇보다 후쿠다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2대(代)에 걸쳐 인연이 깊은데다 대(對)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인사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후쿠다 전 총리의 부친인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아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을 적극 지원했고, 총리 재임 시절 일본이 군사대국화하지 않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한 뒤인 197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아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이 부인 미쓰에 여사를 맞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올초 취임식에 참석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있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후쿠다 전 총리가 이날 방한해 박 대통령을 접견할지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접견을 추진했지만 후쿠다 전 총리가 오늘 입국한 뒤 당일 바로 출국해야 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만남이 없다"며 접견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저녁 윤병세 외교부장관 주최로 개최되는 한일포럼 환영 만찬에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할 예정인 것을 놓고 한일 정상회담에 관해 중요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정무수석은 중견 외교관 시절 '일본과장'을 맡으며 대일문제에 깊숙이 관여한 적이 있다.

내달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갖거나, 이때가 아니라면 10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7∼8일·인도네시아 발리), 아세안+3 정상회의(10월9∼10일·브루나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교 실무 채널에서는 여러 접촉은 있지만 현재로서 G20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여부는 분명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G20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있다고도 못하고 없다고도 못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이웃나라이고 하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잘 풀어갈 것"이라며 "양국 간에 조용한 가운데서도 외교부의 건의도 받고 하면서 여러 가지 판단해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