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때마다 여야 공방전, 아까운 시간 허비
특위 대신 상임위 청문회, 대안론으로 제시돼

국회의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국정조사' 활동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증인 청문회가 과도한 여야간 신경전과 말다툼으로 인해 진실규명이라는 '본령'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까지 두 차례 열린 청문회는 막말과 고성이 난무하기 일쑤였고, 핵심을 찌르는 송곳질의 보다는 증인 윽박지르기, 수치심 유발하기 등 그간 제기돼온 청문회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무려 26명의 증인을 불러놓고 오전부터 2시간 넘게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장외에서 여야가 간사 협의 등을 통해 해결해야할 일을 청문회장에서 판을 벌여놓고 다툰 셈이다.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 끝에 한 차례 정회가 있었고, 회의가 속개된 이후에도 공방이 멈추지 않아 급기야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앞서 지난 16일 청문회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해 국회 청문회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국정조사 활동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에서조차 야당은 관련 의혹을 해소할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한 채 격앙된 감정을 노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여당은 핵심 증인들을 '두둔' 내지 '암호'하는 듯한 수세적 모습에 치중해 실체적 진실규명에 다가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여야 모두 50일 넘는 국정조사 기간에 기존의 상반된 주장만 재확인했을 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런 청문회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늘고 있다.

이번 국정원 이슈처럼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을 국정조사 대상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정쟁의 소지를 잉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조사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여야의 대결도구로 인식된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위 형태의 국정조사 활동도 정쟁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야는 상임위가 아닌 특위 형식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하다보니 각 상임위에서 이른바 '화력'을 갖춘 '저격수'들을 대거 국정조사 활동에 투입해왔고, 이런 관행은 정쟁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정쟁 청문회'에서 벗어나려면 국정조사를 특위가 아닌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비판론'을 계기로 '국정조사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정치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정보가 제한적이던 시절에 야당의 언로를 터주는 제도였지만 지금처럼 인터넷 등으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에서는 '결정적 한 방'이 나오기도 어렵고 정쟁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