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손실 눈덩이…보험사 경영 '비상'

보험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사들조차 금융감독원이 정한 권장기준인 200% 달성에 급급하다. 최근 금리가 급반등하면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올 상반기 중 적게는 20%포인트에서 많게는 6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금리 급반등에 RBC 차질


보험사의 RBC 추락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화생명(213.9%), 현대해상(207.2%) 모두 20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메리츠화재(183.1%), 한화손해보험(155.2%), 롯데손해보험(186.5%), LIG손해보험(177%)은 이미 200% 밑으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6월 말 기준으로는 이보다 각각 20~30%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월 말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건 최근 채권 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다. 지난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이렇게 되면 채권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은 급락한다. 최근 1년간 상당수 보험사가 채권금리 하락을 전망해 갖고 있는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다시 분류해놨다.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돼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보험사에 이득이다. 실제 이처럼 채권 성격을 재분류해 RBC 비율을 높인 보험사가 많았다. 동양생명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동부생명 등이 해당된다. 채권은 한 번 재분류하면 2년 동안 바꾸지 못한다.

9월 규제 강화 ‘발등의 불’


게다가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RBC 규제가 강화된다. 보험업계는 규제강화로 RBC 비율이 평균 30%포인트 안팎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이달 내 700억원가량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 철수를 준비 중인 아비바그룹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아비바생명의 RBC 비율은 187.1%다. 당장 자기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15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10여개 보험사가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상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RBC 제도 강화 정책을 호평한 상황이라 이제 와서 적용 시점을 늦추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 RBC

Risk Based Capital.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에도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다. 예컨대 RBC 비율이 200%라면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발행해도 보험사가 파산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자본을 쌓아놨다는 의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