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예산증액 없이 사업추진 방안 변경 추진

방위사업청은 오는 17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첨단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의 유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F-35A(록히드마틴), 유로파이터(EADS), F-15SE(보잉) 등 후보기종이 제시한 가격이 모두 사업비 8조3천억원을 크게 초과함에 따라 더는 가격입찰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이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사업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30대씩 분할 매수 등의 대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11일 "오는 17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차기전투기 사업의 입찰 경과를 보고받고 유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가격입찰은 무의미해 유찰을 선포하고 대안을 찾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기본방침은 사업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다시 짜보는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증액을 재차 요청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방사청은 최근 몇 차례 기획재정부에 사업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사업비 8조3천억원을 유지하는 선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은 분할 매수와 구매 대수 축소 등을 꼽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서는 일정 수량 이상의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매 대수 축소보다는 분할 매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의 F-15K가 낙점을 받은 전투기 사업 때도 1차(40대), 2차(21대)로 분할 매수가 결정된 바 있다.

그러나 분할 매수를 하면 60대를 한꺼번에 구매할 때보다 대당 구매가격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사업방식을 변경하면 사업공고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할 가능성이 커 차기 전투기 전력화도 6개월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2017년부터 전력화하는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3주간 총 55회의 가격입찰을 진행했으나 사업비를 충족하는 기종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