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SB "충돌 직전 재상승 시도"…美언론 "기장 과실 가능성에 무게"
한미 당국, 조종사 과실·기체 결함·공항 시스템 미비 등 포괄 검토


권훈 임상수 강의영 특파원·김윤구 기자 =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착륙 사고의 원인 규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착륙 당시의 상황을 토대로 조종사 과실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먼저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한미 당국은 그러나 공항 시스템 미비, 기체 결함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등의 작업에 들어갔다.

◇ "기장 과실 가능성" vs "모든 가능성 열어둬"
이번 사고의 조사 주체인 미국 연방 항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7일 브리핑에서 기장이 활주로 충돌 직전 재상승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시간 분량의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이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기수를 상승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사고 직전 여객기가 너무 낮은 고도에 너무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해 충돌 7초 전에 적절한 속도로 높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가 날 때까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서는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서 어떤 이상 징후도 없었으며 엔진, 바퀴 등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덧붙였다.

조종사가 관제탑과 교신하면서 응급차를 요청해 착륙 이전에 항공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아시아나항공 측이 항공기의 기술적 문제, 다시말해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으며 미국 교통 당국도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허스먼 위원장은 기장의 과실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조사는 한참 멀었다"면서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사고에 범죄 행위가 개입된 증거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특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퍼즐 조각 전부를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시 자동 착륙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공항 관제 시스템 미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조종사가 시계 비행으로 착륙해야 한다.

허스먼 위원장은 "글라이드 슬로프가 꺼져 있던 게 사고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위성항법장치(GPS)나 활주로 지시등을 비롯해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다른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 양국 조사단 활동 개시…조사 장기화 예상도
현지에 급파된 우리 측 사고조사대책반은 7일 오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곧장 NTSB와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및 외교부 공무원과 항공·철도 사고 조사 전문가,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도착 즉시 NTSB 측과 만나 사고에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검토하는 등 합동 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사고의 조사 주체인 미국 NTSB도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즉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항공기 운항 관련 각종 데이터와 조종사와 관제사 간 교신 내용을 담은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다.

에릭 와이스 NTSB 대변인은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과 비행 당시 고도, 기체의 자세, 엔진 등 각종 시스템 작동 상황 등이 기록된 블랙박스를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해 분석을 위해 본부가 있는 워싱턴DC로 옮겼다"고 밝혔다.

NTSB가 조사를 맡고 사고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한국 정부 조사대책반, 제작사인 보잉 등 여러 기관·당사자가 조사에 관여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사고기와 항공사가 미국 항공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조사한다.

한편 이번 사고의 원인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길게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항공안전재단(FSF)의 케빈 히아트 최고경영자(CEO)는 "사고에 대한 브리핑은 며칠간 계속될 수 있겠지만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결론은 수개월 혹은 수년 이상 지나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조사 기간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따라 통상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측 조사반도 조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필요하면 교대 인력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샌프란시스코·워싱턴·서울=연합뉴스)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