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상승폭 올들어 2번째

원·달러 환율이 15원 가까이 급등,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9원 오른 달러당 1,1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9분에 달러당 1,146.6원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인 지난 4월9일의 달러당 1,145.3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26일의 달러당 1,146.9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상승폭은 지난달 10일의 15.1원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가장 컸다.

환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미 국채금리가 급등,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FOMC는 올해 안에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며 양적완화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 계획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시장 전망치 49.1을 밑돌자 국내 경제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국내 주식, 채권, 통화가치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며 "연고점 부근에서 수출업체의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와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기조에 따라 당분간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건전성 등 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점과 당국의 개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파른 상승세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19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8.07원 오른 100엔당 1,180.4원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