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컴퓨터간 사용자경험 일치로 성장 공식 만드는 애플

애플이 1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iOS7은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OS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는게 중론이다.

아이폰의 외관 디자인을 지휘하며 '미니멀리즘'을 뽐냈던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부사장이 소프트웨어까지 총괄하게 된 이후에 나온 운영체제(OS)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니멀리즘 뽐낸 iOS7
아이브는 iOS의 아이콘이나 기능의 모양새는 좀더 단순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했지만 색상은 오히려 더 산뜻한 원색 느낌을 살렸다.

아이폰 잠금 화면에 정지화면만 쓸 수 있었던 기존 OS와 달리 iOS7은 손목의 움직임을 반영해 잠금 화면이 움직이는 기능을 보여준다.

배경 화면은 아이폰의 좌우 움직임은 물론이고 상하 기울임에 따라서도 반응한다.

기능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모든 앱에 대한 다중작업을 지원한다는 점. 애플은 지금껏 빠른 배터리 방전 등을 염려해 음악 재생과 인터넷전화 착발신 등 일부 기능에 한해 다중작업을 허용했지만 iOS7에서는 이런 제한을 없앴다.

아이폰에서 파일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에어드롭이 추가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에어드롭은 당초 맥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이용자 자신이나 친구의 맥으로 파일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서비스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기기를 여러 대 보유한 이용자나 주위에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친구가 많은 이용자는 iOS7이 나오면 번거롭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구동할 필요없이 쉽고 빠르게 사진·영상을 보낼 수 있다.

아이폰용 웹브라우저 사파리는 기존 화면에서 군더더기를 없애 더 넓게 웹페이지를 볼 수 있게 했고,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는 창과 검색어를 입력하는 창도 통합했다.

아이폰 화면을 밑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것만으로 와이파이·블루투스를 켜고 끄는 등의 간단한 설정을 손볼 수 있게 한 '제어센터'도 iOS7의 편리한 점이다.

다만 멀티태스킹과 제어센터 등 일부 기능은 경쟁 OS인 안드로이드에 이미 상당부분 적용돼 있다.

특히 멀티태스킹은 때로 배터리 방전이나 메모리 과부하 등의 문제을 일으키기도해 애플이 이 숙제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모바일 경험 살려주는 맥OS 10.9
'매버릭'이라는 별명이 붙은 10.9 버전의 맥OS는 다양한 애플 기기를 이용해 한번에 2개 이상의 화면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다중화면' 기능을 앞세웠다.

이를 이용하면 데스크톱인 아이맥과 노트북인 맥북을 다중화면으로 한 컴퓨터에 연결된 두 대의 모니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애플TV가 설치된 텔레비전도 다중화면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외부에서는 맥북을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보조 모니터처럼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웹브라우저처럼 파일 탐색기(파인더)에 탭 기능을 넣거나, 파일을 나중에 다시 검색하기 쉽게 태그를 붙여 분류하는 기능도 이채롭다.

하지만 이번 맥O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바일 OS의 경험을 되살려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이폰에서 가능했던 알림(푸시) 기능을 맥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아이폰용으로 만들었던 지도 서비스를 맥에서도 쓸 수 있도록 바꿨다.

아이폰·아이패드용 전자책인 아이북스도 이번에 맥용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인터넷 비밀번호 관리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열쇠고리'도 아이폰·아이패드와 맥에서 두루 쓸 수 있다.

◇서로 닮아가는 두 OS
이와 같은 모바일과 컴퓨터의 사용자 경험(UX) 일치는 앞으로 애플의 성장 공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에서의 모바일 경험을 맥 컴퓨터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해 지금껏 윈도보다 열세였던 맥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또 맥 컴퓨터의 기능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컴퓨터에 견줘 뒤지지 않는 모바일의 성능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실제로 맥 사용자는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최근 5년간 갑절로 늘었고, 아이폰의 하드웨어 사양도 높아져 다중작업을 비롯해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자동차용 iOS, 한국에서는?
애플은 이날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튠스 라디오도 선보였다.

광고가 붙는 조건으로 원하는 음악을 라디오처럼 마음껏 실시간으로 무료 청취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애플이 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음악 소비가 내려받기(다운로드)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글도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대회(I/O)에서 '올 액서스'라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아 애플로서는 이를 더 미룰 수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로 아이튠스 음악 서비스 자체가 국내에서는 아직 개설되지 않았으므로 아이튠스 라디오도 당분간은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자동차용 iOS도 이날 공개했다.

'핸즈프리' 전화와 음성인식 시리, 내비게이션 등을 탑재했다.

애플이 발표한 자동차용 iOS의 파트너 중에는 국내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도 눈에 띄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