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흥 협력사 방문…볼트·너트 상태까지 챙겨
“ABS는 고객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입니다. 불량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합니까?”(신종운 현대자동차 부회장)
“각종 테스트 장비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이 공장장)
“장비만 믿으면 안 됩니다. 품질관리는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신 부회장)
경기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주)만도 제동공장.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만도의 주력 공장이다. 현대차의 주요 차량에 쓰이는 브레이크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의 품질 부문을 총괄하는 신 부회장이 지난 16일 이 공장을 찾았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2010년부터 1·2차 협력사의 경영 어려움을 듣고 품질 향상 방안을 찾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올해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80여 차례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날 평택공장에는 신 부회장과 박광식 대외협력담당 전무, 지태수 남양연구소 섀시설계1실장 등 10여명이 출동했다.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한 현장 점검은 철저하고 꼼꼼했다.
1998년부터 20년 가까이 품질관리를 전담해온 베테랑답게 신 부회장은 볼트와 너트 상태까지 일일이 챙겼다. “생산라인 불량률은 어느 정도죠. 장비는 어느 업체 것입니까”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너무 꼼꼼히 보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부회장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브레이크 품질은 고객 안전과 직결되니까”라고 반문했다.
공장 점검 직후 열린 김경수 영업담당 사장 등 만도 경영진과의 간담회. 신 부회장은 만도의 품질관리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와타나베 가쓰아키 전 도요타 사장이 몇 년 전 제네시스를 분석한 뒤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차를 만들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협력사들이 잘 해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신 부회장은 현대차의 독자적 공장관리 기법인 ‘퀄리티비티’를 만도 경영진에 소개했다. 품질을 뜻하는 ‘퀄리티(quality)’와 생산성을 의미하는 ‘프로덕티비티(productivity)’의 합성어로 생산 현장에서 질(質)과 양(量)을 동시에 충족시키자는 전략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세계 30개의 완성차 공장, 56개의 엔진·변속기 공장 현장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퀄리티비티를 점수화해 평가한다”며 “그 결과 고객 불만 건수가 크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 일행은 만도 평택공장에 이어 경기 시흥공단에 있는 2차 협력사 (주)영완으로 이동했다. 영완은 만도가 만드는 브레이크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다. 신 부회장은 현장에서 금형 관리 상태, 소재 공급 현황 등을 1시간 넘게 점검했다.
두 공장을 돌아보는 데 걸린 시간은 총 3시간30분. 신 부회장은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동차산업의 흐름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고 이제 다시 한번 이동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흐름이 한국에 잠깐 머물다 중국 등으로 넘어가면 어쩌겠습니까.”
그는 “적어도 100년 이상 한국이 자동차산업 흐름을 주도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협력사가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몽구 회장이 아침에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품질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신 부회장은 “올해 협력사 현장을 더 자주 찾는 방법으로 동반성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흥=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