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게 됐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에 회장후보 선임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23일 정기 이사회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돌연 안건에서 제외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 안건은 사외이사들에게 사전에 통보됐지만 회추위에 참여할 외부전문가 3명의 선임에 차질이 생겨 연기됐다”며 “앞으로 회추위 구성 일정은 대주주인 예보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을 연기하더라도 회장후보 공모 및 심사 절차를 다시 정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 또는 법상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회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대주주인 예보가 추천하는 1명, 외부전문가 3명 등 7명으로 꾸려진다.

회장 후보 선임 절차가 1~2주가량 늦춰지게 되면서 차기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의 윤곽도 내달 말께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은 당초 다음주 곧바로 회추위를 구성해 다음달 중순 전에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나 청와대에서 우리금융 CEO 선임과 관련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우리금융 차기 회장후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아 선임 절차를 늦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회장후보 추천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실제로는 정부와 교감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낙점된 상태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오는 26일 정기이사회를 연다. 이날 회의엔 올 1분기 실적 보고 안건만 상정돼 있지만 차기 회장후보 선임에 대한 의견도 비공식적으로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은 다음달 초 회추위를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