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PC 제조업체인 미국 델의 마이클 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내 CEO 자리를 보장해준다면 블랙스톤의 델 바이아웃(기업 차입매수)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델 회장이 블랙스톤과 협상한 결과 이 같은 의사를 내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블랙스톤과 델의 협상은 건설적이었으며 블랙스톤도 CEO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델 회장은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까지 델 회장에게 적대적이었던 블랙스톤이 태도를 바꾼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블랙스톤은 델 인수 후 전 컴팩 CEO인 마이클 카펠라스를 CEO 자리에 앉힐 것으로 예상됐다. 델 회장이 블랙스톤의 라이벌인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손잡고 델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스톤이 전략을 수정해 델 회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델 회장-실버레이크 연합은 델을 244억달러(주당 13.65달러)에 인수한 뒤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지난달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블랙스톤과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인수전에 참여해 양상이 복잡해졌다. 블랙스톤은 주당 14.25달러를 제시했으며, 아이칸도 주당 15달러에 델 지분 58%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델 회장은 실버레이크 측에 블랙스톤과의 회담을 알리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버레이크도 델 회장이 다른 인수자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