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 앞둔 감사 27명…금감원 빠지자 감사원 득세

'신의직장 1순위'로 꼽히는 금융회사 감사직이 구인난을 겪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덕에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는 '장수(長壽)감사'도 수두룩하다.

아예 감사직을 없애거나 공석으로 남겨둔 금융회사도 적지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 인 신한카드 감사와 최태문 롯데카드 감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모두 금융감독원 퇴직자다.

남 감사는 3연임해 5년째, 최 감사는 연임해 4년째 감사를 하게 됐다.

한국은행 출신 윤한근 하나SK카드 감사도 연임해 4년차를 맞았다.

남 감사는 카드업계에서 '장수감사'로 통할 수 있지만, 보험업계로 가면 장수라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이순한 교보생명 감사, 박인원 동부생명 감사, 황희주 동부화재 감사는 2004년 나란히 감사에 취임하고 3연임해 올해로 10년째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금감원을 나온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는 연임해 6년 임기를 보장받았으며,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는 올해 초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역시 금감원 출신인 박병명 LIG손해보험 감사와 이순관 라이나생명 감사는 각각 전북은행과 미래에셋생명 감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겼다.

장수감사가 많은 데는 감사로서 능력이 검증된 측면도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가까이 새 감사를 뽑지 못한 알리안츠생명은 최근까지도 지원자들을 면접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감사 선임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금감원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감사추천제도를 없애자 감사를 시킬 만한 인물을 물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감사추천제도란 금융회사가 감사로 선임할 금감원 임직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금감원이 복수 후보를 제시하던 것으로, 권혁세 금감원장이 지시해 2011년 폐지됐다.

감사추천제 폐지로 금감원 출신의 감사 재취업이 사실상 원천 차단되자 기존 감사들로선 속으로 쾌재를 부르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감사원 출신이 금감원을 대신해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 윤영일 기업은행 감사가 모두 금감원의 감사추천제 폐지 이후 감사원 고위 관료가 은행 감사로 옮긴 사례다.

정태문 삼성카드 감사, 문태곤 삼성생명 감사, 김판현 KDB생명 감사, 성기택 KB생명 감사, 김시관 흥국화재 감사, 진유조 더케이손해보험 감사, 원성희 NH손해보험 감사 등 제2금융권에도 감사원 출신이 수두룩하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감사원 출신 금융회사 감사에 대해 "공직사회 감사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지만, 금융에는 밝지 못한 데다 '학업'(감사 업무)에 뜻이 없는 인사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금융회사는 아예 상근감사 자리를 없애고 비상근 감사위원들로 감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현대카드가 그런 회사다.

비리에 연루돼 임원과 감사가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은 저축은행 업계에서 상근감사를 둔 곳은 골든브릿지, 신라, 신민, 스마트, 대백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일각에서 전문성을 살린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선임을 덮어놓고 백안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에서 올해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최근 이재식 감사가 중도 퇴임한 삼성화재를 포함해 28개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은지 기자 zheng@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