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완성차 업체 형사책임 인정…정규직 전환 압박 거세질 듯
이마트, 고용부에서 지적…"개선 필요 인정하나 너무 엄격해"


도급계약을 내세워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생산공정에 투입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법원은 28일 GM대우(현 한국지엠) 자동차 생산공정에 투입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파견 근로자로 보고 GM대우와 협력업체 대표의 형사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에도 현대차에서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를 현대차 사업장에서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로 판단했다.

파견은 현행법에 따라 전문지식·기술·경험 등이 필요한 업종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는 불법이다.

잇단 확정 판결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생산라인 투입을 근로자 파견이 아니라 민법상 보장된 계약에 따른 사내하도급이라고 주장하는 자동차 업계에 이들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한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벌금 납부 등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기소 이후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한 라인 내 혼재근무 등 불법 파견으로 볼 만한 인력 운영을 더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에서는 여전히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업체 정규직원들과 한데 근무하며 원청업체의 업무 지시를 받는 등 불법 파견에 가까운 업무 형태가 실재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판결 이후 2016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3천5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노동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대법원 판단 기준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불법파견이 인정될 수 있는 인원은 9천여명 중 7천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법과 정책을 계속 요구하는 완성차 업계는 이에 반대되는 잇단 법원 판결과 정규직 전환 요구 여론에 당혹해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에 민감하고 고정 투자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사내하청 없이 정규직만으로는 생산이 돌아갈 수 없다"며 "국내 고용 유연성은 낮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시 기업에는 경영상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내하도급은 차 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걸친 계약 형태"라며 "사내하도급 자체를 불법 파견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1천939곳을 조사한 결과 사내하청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6천명에 달한다.

자동차업계는 16.3%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경우 사내하청 비율이 울산공장 23.5%, 전주공장 25.1%, 아산공장 34%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 노조)는 계속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지회 천의봉 사무국장, 해고자 출신 최병승 씨의 송전 철탑 농성은 100일을 훨씬 넘겼다.

유통업체인 이마트도 이날 고용노동부로부터 도급 직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마트가 전국 23개 지점에서 진열, 상품이동, 고객응대 등 업무를 하는 판매도급 분야 직원 1천978명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하기로 했으며 거부할 경우 매달 197억8천만원의 과태료를 이행시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너무 엄격하게 적용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진열이나 고객응대 등을 하는 직원들을 당장 정식 직원으로 고용하려면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개선할 점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며 "다만 단순 업무를 위해 파견직을 쓰고 있고, 이들은 근속 기간도 짧기 때문에 전부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임형섭 기자 cherora@yna.co.kr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