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31년만에 폐지되나
공수처·기소배심제 등 담을 듯
"한총장 즉각 퇴진" 요구 거세져
◆대검 중수부 폐지 유력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28일 “개혁은 필연적이고 그럴 바엔 강도 높은 처방전을 스스로 내놓는 게 낫다는 수뇌부의 의견에 한 총장이 동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사들은 특히 검찰총장 지휘에 따라 대검찰청이 직접 칼자루를 쥐는 중수부 수사권 폐지나 일반 시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제 도입,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권력형 비리를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선 중수부 수사가 필요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점이 문제”라면서 “대검 중수부 출신들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그나마 성난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1981년 4월 출범한 이래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1995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2003년), 박연차 게이트(2009년) 등 대형 사건을 처리한 성과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수시로 폐지론이 제기돼왔다.
정치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에서 결정하는 기소배심제와 관련해서도 지방의 다른 부장검사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법원뿐 아니라 시민의 통제도 받겠다는 차원인 만큼 얼마든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 수사권을 대폭 양보하고 검찰은 이를 지휘한 뒤 법원에 기소하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가 많았다. 이 같은 검찰 개혁 방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찰 등 외부 인사 중심으로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 개혁을 주장했다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잘못 보내는 바람에 ‘대국민 사기극’이란 비난을 자초한 윤대해 검사의 ‘자충수’로 자체 개혁 추진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인 만큼 외부 인사 참여는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내에선 총장 퇴진 찬반 갈려
대국민 사과문에서 한 총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불법선거 감시를 총괄지휘해야 할 검찰 수장을 교체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28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 검사, 성추행 검사 등 국민적 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검찰은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절도혐의 여성 피의자(43)와 성관계를 맺은 전모 검사(30)에 대해 대검이 27일 뇌물수수 혐의로 재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방법원 박병삼 부장판사가 29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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