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정문' 사용 충돌 가능성

삼성그룹의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19일 용인 선영에서 열린다.

매년 범삼성가의 가족 행사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삼성과 CJ의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며 그룹별 개별 참배라는 '반쪽' 형태가 될 전망이다.

1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 사장 8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그룹 차원의 추모식을 연다.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정문을 이용해 선영을 참배하고 예년과 다름없이 선대 회장의 생전 가옥인 한옥도 이용할 방침이다.

행사에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어머니 손복남 고문과 함께 삼성 행사가 끝난 직후인 오후 2시 선영을 찾는다.

CJ는 앞서 삼성측에서 일방적으로 가족 행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선영을 참배할 때 정문으로 출입할 수 없고 선영 내 한옥도 쓸 수 없다는 삼성측 방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CJ는 행사 직전까지도 정문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삼성에서 요지부동인 만큼 양측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솔그룹은 CJ에 이어 오후 3시 이인희 고문과 조동길 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20여명이 선영을 찾는다.

신세계그룹은 아직까지 특별한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가족 싸움에 끼어 난처한 상황인 만큼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은 올해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함께 유산소송에 가세한 새한그룹측도 이날 추모식에 참석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정 싸움으로 심기가 불편한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언짢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가의 감정싸움은 호암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선대회장의 주식 중 상속분을 달라며 올 2월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이후 CJ가 삼성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양측간 관계는 상할대로 상한 상태여서 19일 추모식 진행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