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학교법인(동원육영회)이 관선 임시이사 체제에서 선임한 정식이사와 이들에 의해 임명된 현직 이사의 선임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북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윤종수)는 학내 비리문제에 연루돼 1998년 해임됐던 전 한국외대 재단이사 박모씨(75) 등 3명이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를 상대로 낸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 전에 정부가 선임한 임시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제한적으로 그 운영을 담당하는 임시 위기 관리자이기 때문에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정식이사 임명 권한이 없는 임시이사에 의해 선임된 전직 정식이사와 이들에 의해 선임된 현직이사 8명의 선임 결의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단과 학교 측은 정식이사를 선임한 2004년 이사회 결정은 당시 이숙경 이사장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간의 학교 정상화 이행약정서 및 행정법원의 조정 권고에 따른 타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학교 측은 “2004년엔 사립학교법에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식이사 체제로 전환되는 관련 규정이 없어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 이후에는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원고인 박모씨의 승소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시 현직 이사들의 선임은 무효화되지만 교과부가 동원육영회와 협의, 관선이사를 파견한 뒤 다시 관선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는 1998년 재단 이사 비리 및 총장 선임 문제로 교수·교직원 간 반목과 수업 거부 등 진통을 겪었다. 이에 교과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재단이 입시비리에 관여하고 법인 예산을 유용하거나 학사행정에 부당 간섭을 하는 등 파행 운영된 것을 확인하고 당시 이사를 모두 해임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