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억울하게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어부들에 대한 재심에서 심리를 맡은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뒤 국가를 대신해 사과했다.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는 16일 간첩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고 최만춘씨 등 어부 6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을 열었다.

심리는 김종근 부장판사가 맡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남공작 차원에서 간첩 혐의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등 어부 9명은 1963년 6월 대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20t급 어선으로 조기와 갈치를 잡다가 북방한계선을 넘었고 10일 뒤에 귀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6년 뒤 발각되면서 최씨 등은 모두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최씨 등이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으로 탈출했고, 다시 한국에 잠입한 뒤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북한을 찬양했다"면서 기소했다.

최씨는 이듬해 3월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어부들은 각각 징역 3∼7년형에 처해졌다.

이들은 형기를 마친 뒤 모두 노령과 숙환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이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를 마친 뒤 유족에게 "당시 사법부의 판단에 참담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의 말이 끝나자 긴장 속에 재판을 지켜보던 피고인 가족과 지인들은 누명을 벗었다는 기쁨에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 유족은 "40여년 만에 올바른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