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회사는 규모와 관계없이 한국의 소득세법 등에서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내 법은 중소기업 주식을 거래해 생기는 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세율을 10%(통상 20%)로 낮춰 주는데, 외국 회사는 규모가 작아도 주식 거래시 이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외국 회사 주식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항소심(2심) 법원이 처음으로 내린 판단이라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최모씨(61)가 송파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최씨는 보유하고 있던 미국 법인 I사 주식 1만주를 2010년 4월 8500여만원에 양도한 뒤 같은해 8월 양도차익 8300여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830여만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외국법인 주식은 세법상 중소기업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세율 20%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듬해 3월 양도소득세 869만여원을 추가 고지했다. 소득세법상 중소기업 주식을 양도할 때는 세율 10%지만, 그외의 주식은 세율 20%다. 그러나 소득세법의 ‘중소기업’에 외국 회사도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그동안 해석상 일부 논란이 있어 왔다.

재판부는 소득세법, 중소기업기본법 등을 종합해 볼때 국내 법인만이 소득세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중소기업은 업종 특성, 상시 근로자 수, 자산규모, 매출액 등을 따져 판단하지 국내 법인만 중소기업이라고 본다고 명시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중소기업 주식 양도세율을 줄여주는 이유는 국내 중소기업을 세제상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입법 목적에 따르면 외국 중소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에 동일하게 세제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