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여성 사업가가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데 써달라며 80억원가량을 KAIST에 기부하기로 해 화제다.

KAIST는 14일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76·오른쪽)이 유증(遺贈·유언에 의한 유산 처분)으로 80억원대의 재산을 학교발전 기금으로 맡기는 내용의 약정 서명식을 가졌다. 이 회장이 기부하기로 한 재산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700만달러(약 80억원) 상당의 부동산이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63년부터 서울신문, 현대경제일보(현재 한국경제신문) 등 일간지 신문기자로 활동했으며 1971년 광원목장을 창업, 지금의 광원산업으로 키워냈다. 2010년 11월부터 서울대 법대 장학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부강하려면 과학기술을 진흥시켜야 한다는 게 오랜 신념이었다”며 “언젠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리라 생각했는데, 국가발전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KAIST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기술의 힘이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며 그 원동력은 KAIST라고 확신한다”며 “특히 서남표 총장(왼쪽)이 지난 6년 동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평생 안 쓰고, 열심히 일해 모은 부동산이지만 재산이라는 것이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세상살이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슬하에 자녀는 없다.

기부한 재산은 앞으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KAIST-이수영 국제교육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 대학과의 실질적인 교류 확대와 교육 콘텐츠 수출을 위한 글로벌 사이버 복수학위제 등을 운영하게 된다.

최근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가 55억원 상당의 현금·주식·채권 등 동산을 KAIST 발전기금으로 쾌척한 바 있다.

서 총장은 “KAIST에 고액의 기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대학을 가져보자는 국민들의 염원과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이 회장님을 포함한 모든 기부자들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