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中企 '동산담보' 대출 급증
출시 한 달만에 1000억 돌파
자금조달 새 루트…씁쓸한 인기
각종 기계와 원자재 등 동산(動産)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5일 금융당국 및 은행들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취급액이 한 달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신청 업체 수는 506개사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8일 동산담보대출 제도를 시행할 당시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중소기업 거래가 많은 기업은행이 234억원으로 동산담보대출 취급액이 가장 많았다. 외환은행이 21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하나·국민·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도 각각 100억원대 실적을 올렸다. 주로 담보로 잡은 동산은 공작기계 등 유형자산(400억원)과 후판·철근 등 재고자산(382억원), 매출채권(276억원)이 대부분이었다. 소·쌀·냉동생선 등 농·축·수산물은 2억원으로 비교적 적었다. 담보 가치 평가나 관리가 어려운 탓이다.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취급액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침체 여파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동산담보대출이 새로운 자금조달 루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감정평가사협회에 동산 감정평가 전문과정을 신설해 전문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은행들의 담보 자산을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시 은행이 보유한 담보를 처분하기 위한 경매사이트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동산담보대출
부동산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대출 한도가 꽉 찬 중소기업을 위해 출시된 실물 재산 담보대출.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동산은 유형자산,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등이다. 동산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은 감정 가격의 40%이며 금리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평균 0.8~1%포인트가량 낮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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