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회의, 평화적 핵주권·비핵화 요구
엿새간 일정 마무리‥`핵 압박'으로 빛바래

이란은 31일 자국의 핵 활동에 우려를 표명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날 보고서는 비동맹회의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핵 활동 증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IAEA의 보고서는 "기술적 근거 없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소속 호세인 나카비 호세이니 의원도 IAEA의 보고서 발표 시기를 볼 때 정치적 동기를 배제할 수 없다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의 목적을 헤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IAEA는 전날 보고서에서 핵 고폭실험 의혹이 제기된 파르친 군기지에서 건물들이 해체되고 지상도 정리되는 등 핵 활동 증거를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2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지난 5월 145㎏에서 189.4㎏으로 증가했고, 포르도 지하 핵시설의 핵연료봉도 1천64개에서 2천140개로 늘었다며 이 가운데 697개가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이날 엿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하는 비동맹운동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국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동맹운동 120개 회원국의 정상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보장하고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의 핵무기를 제거하자는 요구를 담은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성명에는 또 일부 회원국을 겨냥한 강대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비난하고 유엔 총회 권한 강화 등의 요구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연설에서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및 유엔 회원국 지위 부여와 함께 시리아의 즉각적인 휴전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와 관련,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팔레스타인의 단합을 촉구했다고 대통령 웹사이트가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압바스 수반이 이끄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자치정부와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로 분열돼 있다.

또 이란 국회의 중동 고문인 호세인 셰이크홀레슬람은 전날 시리아 정부를 `압제 정권'으로 규정한 무르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한편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건재를 과시하려던 이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무르시 대통령 등의 강경 발언과 서방의 핵 압박으로 기대했던 성과를 전부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