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금빛 소식 전할 '태극전사 10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목표성적으로 내세운 '10-10(금메달 10개-종합 10위 이내)' 달성의 주춧돌을 놓을 '금빛 후보' 10인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복 직후 'KOREA'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나선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 선수단은 역대 14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총 68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12개의 금메달을 따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10개 고지'를 넘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또 한 번 12번의 애국가를 울려 두 대회 연속 '10-10' 달성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른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역대 최다인 13개의 금메달을 따내면서 7위에 올라 1992년 대회 이후 무려 16년 만에 역대 세 번째 '10-10'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역대 두 번째로 두 대회 연속 '10-10'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이 목표를 이뤄줄 기대주가 박태환(수영), 진종오(사격), 사재혁(역도), 이용대(배드민턴), 남현희(펜싱), 신종훈(복싱), 이대훈(태권도), 기보배(양궁), 왕기춘(유도), 양학선(체조) 등이다.

◇수영 박태환= 박태환(23·SK텔레콤)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 도전한 지 무려 44년 만에 처음 나온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듬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종목(200m·400m·1,500m)에서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하는 부진을 겪은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더니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며 재도약했다.

지난해 1월부터 마이클 볼(호주) 코치와 호흡을 맞춘 박태환은 이번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고, 자유형 200m와 자유형 1,500m에서도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사격 진종오= 2004년 아테네 대회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KT)는 2008년 베이징 대회 10m 공기권총 은메달에 이어 마침내 50m 권총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 금메달 갈증을 풀었다.

진종오의 금메달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여갑순(여자 공기소총)과 이은철(남자 소구경 소총 복사)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한국 사격에 내린 단비였다.

지난 4년간 긴장을 풀지 않은 진종오는 지난 5월 2012 뮌헨월드컵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를 앞세워 진종오는 런던 올림픽에서 50m 권총 2연패 달성과 함께 10m 공기권총 우승까지 겨냥하고 있다.

◇역도 사재혁=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77㎏급 금메달리스트인 '작은거인' 사재혁(27·강원도청)은 한국 역도 사상 처음으로 2연패 달성을 꿈꾸고 있다.

사재혁은 베이징 대회 금메달 이후 수술대에 오르면서 자칫 선수 생활을 끝낼 위기를 맞았지만 남다른 의지로 재활 훈련을 참아내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예전 기량을 회복했다.

복귀 무대였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역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해 한국 역도사를 새로 쓰겠다는 강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배드민턴 이용대= '윙크보이' 이용대(24·삼성전기)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이효정(삼성전기)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낸 뒤 카메라를 향해 '윙크 세리머니'를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잘 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에서도 세계 정상급을 지켜온 이용대는 이번 런던 대회에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출전, 금메달 2개를 노린다.

이용대는 정재성(삼성전기)과 함께 나서는 남자복식에서 최근 세계랭킹 1위로 뛰어올라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용대는 4년 전 베이징에서 혼합복식에서는 우승했지만 남자복식에서는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본 터라 이번 대회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권투 신종훈= 한국 아마추어 복싱 선수 중에서 유일한 세계 랭킹 1위인 신종훈(23)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24년간 끊긴 올림픽 금맥을 이어줄 유일한 희망으로 손꼽힌다.

고교 2학년 때부터 졸업까지 2년간 전국 무대에서 고교 최경량급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신종훈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단숨에 한국 복싱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신종훈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8강 탈락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좌절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빠른 풋워크와 속사포 같은 연타 능력을 앞세운 신종훈은 지난해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3개월 뒤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며 런던 올림픽 메달권에 바짝 다가섰다.

◇펜싱 남현희 ='미녀 검객' 남현희(31·성남시청)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아시아 최강자로 떠올랐다.

남현희는 아시아 무대를 넘어 올림픽 무대의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해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남현희는 4년 전 올림픽 결승에서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가져간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와의 재대결을 고대하며 '금빛 찌르기'에 여념이 없다.

베잘리는 올림픽 통산 5회 우승을 자랑하는 '강호'여서 두 선수가 다시 만날 경우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태권도 이대훈= 한국 태권도는 2000년 금메달 3개·은메달 1개, 2004년 금메달 2개·동메달 2개, 2008년 금메달 4개의 성적을 낸 전통적인 메달밭이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터라 이번 런던 올림픽에는 한국 태권도의 명예회복이 걸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부 58㎏급 이대훈(20·용인대)은 아시안게임(2010년)과 세계선수권대회(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2년)를 모두 제패한 데 이어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유연성이 좋고 하체가 길어 얼굴 돌려차기 등 안면 공격이 일품인 이대훈은 국가대표 선수 중 전자호구 시스템 적응력이 가장 뛰어나 금메달 전망이 밝다.

◇양궁 기보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태극마크를 지켜온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막내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맥이 끊긴 개인전 금메달을 이을 후보로 손꼽힌다.

기보배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혼성단체 우승 등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해왔지만 아쉽게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 개인전 우승이 없다.

이 때문에 기보배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박성현이 중국에 내준 개인전 금메달의 서러움을 씻고 한국 여자 양궁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뿐이다.

기보배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예선라운드에서 과녁 정중앙에 꽂힌 화살의 뒤를 명중시키는 '로빈후드 애로우'를 선보였고, 지난 4월 양궁월드컵 1차 대회에서 개인전·단체전을 모두 휩쓸어 런던 올림픽 금메달에 바짝 다가서 있다.

◇유도 왕기춘= 남자 유도 73㎏급 올림픽 랭킹 1위인 왕기춘(24·포항시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준결승전부터 갈비뼈 골절의 난관을 뚫고 은메달을 차지하는 투혼을 발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발목을 다친 일본 선수를 상대로 부상한 곳을 공략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를 펼쳐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그랑프리부터 무패행진을 이어간 왕기춘은 지난 2월 독일 그랑프리까지 6회 연속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다
또 지난 4월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로 런던 무대에 입성하게 돼 금메달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체조 양학선= 한국 남자 기계체조의 간판 양학선(20·한국체대)은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체조 선수 중 금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듣는다.

양학선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2011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양학선은 도마 종목에서 독자 기술인 '양학선'(난도 7.4점)과 스카라 트리플(난도 7.0점)을 앞세워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양학선'은 도마를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으로 솟구쳐 세 바퀴(1천80도)를 회전하는 동작이 주특기다.

이 기술은 국제체조연맹(FIG)이 양학선의 영문 이름을 따 'YANG Hak Seon'으로 채점 규정집에 올릴 정도로 독보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