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탈리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왕년에 잘 나갔던’ 기업들이 하나둘 낙오하기 시작하면서 이 기업들을 싼 가격에 인수해 자사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해외 업체들이 이탈리아 M&A 시장을 달구고 있다.

KPM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M&A 시장은 280억유로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체결 건수로는 18% 늘었다. 지난해 이탈리아 M&A 시장에 나온 매물의 약 70%를 해외 기업이 가져갔다.

특히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작년 유럽연합(EU) 전체 M&A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14%를 차지했다. 지난 20여년간 EU 내 역외국 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13%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유럽 투자는 괄목상대라 할 만하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EU 내에서 중국의 M&A 건수는 총 134건이다. 이 중 25건이 지난해 이뤄졌다는 것은 최근 유럽에 쏠리는 중국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다.

업종은 기계 및 자본재 관련이 각각 46건과 23건으로 비중이 높았다. 이어 섬유 및 식품이 16건, 반도체와 전기 등 기술집약형 산업이 13건, 에너지 부문이 13건을 차지해 점차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투자로 중국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투자정책 기조는 ‘따라잡기와 추월하기’다.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해 단숨에 선진국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중국 기업들의 이탈리아 M&A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중개하기 위한 사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최대 로펌인 GOP는 중국 투자자와 이탈리아 기업 간 상담회를 열어 성황을 이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가 지난해 이탈리아 증권시장 대신 홍콩에 상장해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등 유럽 M&A 시장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국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M&A와 서울 증시 상장 유치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