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 강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BBB’는 투자적격 최저 등급인 ‘BBB-’ 의 바로 윗 단계다. 피치는 스페인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 금융권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이날 스페인 정부가 중·장기 국채 발행에 성공해 큰 위기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권 자금 부족은 여전해 유럽연합(EU) 등이 직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페인 재무부는 이날 실시한 2~10년물 국채 입찰에서 20억7000만유로어치 국채를 낙찰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상액은 10억~20억유로였다.

조달금리는 지난 4월 입찰 때보다 소폭 상승했다. 10년물은 연 6.044%에 낙찰돼 0.301%포인트 올랐다. 4년물은 1.034%포인트 오른 연 5.353%에, 2년물은 0.872%포인트 오른 연 3.463%에 낙찰됐다.

스페인이 국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외신들은 이날 EU와 독일이 스페인 은행들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유럽안정화기구(ESM) 등을 통해 스페인 부실 은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원 규모는 4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 은행 지원책으로는 다음달 1일 출범하는 ESM이 직접 스페인 은행권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ESM은 규정상 회원국 정부에만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정부가 돈을 받아 은행에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따라 EU는 관련 협약을 개정하지 않고도 ESM이 직접 은행에 대출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도 스페인 지원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등과는 다른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긴축이나 국제사회의 엄격한 실사 등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은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경제주권의 일부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FT는 “스페인 은행권 전체가 부실 덩어리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은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