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 나홀로 강세…소주·국산맥주 판매는 '뚝'

'불황기에는 소주가 잘 팔린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최근 소주와 국산맥주의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경기가 좋을 때 매출이 오르는 수입맥주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31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3% 증가했지만 국산 맥주 매출은 3.5%, 소주는 0.5% 감소했다. 특히 이달 들어 전체 맥주 판매에서 수입맥주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9.5% 늘어난 23.2%를 기록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은 4.6% 상승한 14.8%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의 점유율은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며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맥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맥주 수입 추이를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물량 기준으로 164.2% 증가했다. 수입은 268.7%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들여온 수입맥주 물량은 6578만7000병이고, 맥주 수입액은 4800만 달러(한화 약 566억 원)에 달했다.

수입맥주의 인기는 맥주 및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를 들여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비맥주는 코로나, 버드와이저, 호가든, 산토리, 스텔라 아르투아 등을 수입하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기린 맥주를 들여오고 있다. 롯데주류는 아사히, 매일유업은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여러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할인전을 펼치는 것도 수입맥주 강세의 주 요인이다. 대형마트들은 올 3월부터 '세계 유명 맥주 기획전'을 열고 수입맥주 30여종을 2000~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캔 6개들이를 1만원에 팔기도 했다. 하이트맥주 등 국산 맥주와 같은 가격이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았던 젊은층이 주로 수입맥주를 구입했지만 가격 부담이 줄어들면서 구입층이 확대됐다" 며 "이로 인해 맥주업체들이 수입맥주 브랜드를 확대하거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 맥주의 맛을 본 유학파가 늘어나는 것도 수입맥주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지에서 마신 맥주의 맛을 잊지 못하고 수입맥주를 구입하는 유학파나 여행객이 많다" 며 "이들은 뚜렷하게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어 수입맥주 브랜드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