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화가’ 최지윤 씨(50·경희대 교수)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최씨는 산과 강가에 자생하는 들꽃을 주로 묘사해온 중견 여성작가. ‘들꽃-그들의 천국’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종이 콜라주의 각(角)이 살아있는 예민한 꽃 형상을 그린 작품과 향수병에서 피어난 꽃 그림 등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침착한 바탕색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면서 화면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채우는 꽃들이 감미롭다.

매화, 맨드라미, 엉겅퀴, 배꽃 등 야생화의 단아한 이미지는 작가의 내면 세계를 비추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는 “순수하고 솔직하며 꾸밈없고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자생력을 가진 들꽃의 모습은 바로 오래 전 그렇게 살아가자고 자신에게 되뇌었던 바로 그 내면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에 흔들리거나 중력에 저항하고 또 순응하는 꽃봉오리들의 각기 다른 몸짓 또한 작가의 세밀한 감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다. 6~7m 크기의 대작 ‘대매화답(代梅花答·사진)’은 조춘만화(早春萬花)의 우두머리로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화하는 매화의 향기와 자태를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이미지를 향수병과 꽃 향기로 풀어낸 작품 ‘제피로스의 바람’ 시리즈도 눈길을 붙잡는다.

그는 “꽃은 인간의 감정 상태를 간접적으로 서술하는 언어이자 마음을 움직이는 ‘자연의 사물’로 우리 일상과 마음 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02)736-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