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증가율 4월 제자리…건설ㆍ서비스ㆍ제조 전분야 위축
“이젠 기저효과도 없네요.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 4월 전산업생산 증가율이 제로로 나타난 데 따른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촌평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생산 소비 판매 등 주요 산업활동 지표가 ‘3월 쇼크’ 때보다는 소폭 반등했지만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정부는 올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다진 뒤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소폭 반등

지난 4월 산업활동 지표 중 전체 산업생산 동향을 보여주는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0.0%.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던 3월(-1.2%)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생산활동이 위축된 상태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에선 결코 호전됐다고 보기가 어렵다. 광공업은 0.9%, 서비스업은 0.2% 각각 증가했지만 건설업(-5.2%)과 공공행정(-1.0%)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은 그나마 기계장비와 의약품 생산 호조로 0.8% 늘었지만 전달 낙폭(-3.1%)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반면 향후 생산지표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제조업재고는 전달 대비 0.9%, 전월 대비로는 16.2%나 늘었다.

내수 부문 지표들은 다소 개선됐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의 판매 증가로 전달보다 1.0%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어난 덕분에 한 달 전보다 4.5% 증가했다. 그러나 2,3월 큰 폭으로 떨어진 탓에 올초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조업은 예상보다 좋아졌지만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부진했다”며 “하지만 제조업에도 재고가 쌓이고 있어 추가로 생산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닥 지났다 vs 하반기도 어렵다

정부는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 등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전망치를 수정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아직 정부의 입장(상저하고)을 바꿀 정도의 충격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의 골이 깊어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재정긴축이 수반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물경기가 살아나기는 어렵다”며 “올해 경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로 인해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