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정부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의 짜장면이나 냉면 값을 조사해 평균치를 내서 전국의 모든 식당에 그 값만 받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아가 그 이상을 받으면 즉시 처벌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간다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배가 고프다는 국민들에게 생활비를 아끼라면서 모두 햄버거만 먹으라고 한다면 아무 저항 없이 순응할까? 누군가 자기 돈 내서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경우 그 사람에게 음식을 판 사람을 처벌한다면 과연 국민이 동의할까?

이런 모든 일이 시장경제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에서 복지부가 국민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의료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정책 횡포의 현실이다. 그 결과 의료계에서는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병원에서는 신기술을 제대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도 없고 새로운 약이나 의료재료가 나와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값을 못 받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내용에도 큰 변화가 불어오고 있다. 선진국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일부 의료보호환자들에게 적용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복지부는 중요 질환 서비스를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함으로써 환자가 개별적으로 더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기를 원해도 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는 배가 고플 때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정부가 정해준 값에 햄버거만 먹으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그 결과 질병명이 동일하면 그 중증도와는 상관없이 일정액만 병원에 지불하면 되게 만들었다. 만일 양심 있는 의사라면 환자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처방이나 재료를 들일 것이다. 하지만 포괄수가제 아래에서 그는 제대로 돈을 받을 수 없으므로 결국 병원을 거덜 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셈이다.

시장의 논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의료계에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서비스, 즉 의사의 노력이나 재료, 약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외과계나 산부인과 분야는 의사들이 지원을 꺼려 의료현장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전공의 지원자들이나 젊은 의사들이 이런 분야를 외면하는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도 아니고 공부가 어려워서도 아니다. 어려운 수련과정을 겪고 나서 사회에 전문의로 나왔을 때 일할 풍토가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매년 나오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270명 정도에서 지금은 100명 이하로 줄었다. 게다가 의료분쟁에 휘말리기 쉬운 분만 업종에 종사하는 의사는 더욱 줄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기회만 있으면 엘리트들이 많이 종사하는 의료산업이 앞으로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계 육성 등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 늦기 전에 책상머리 행정에서 벗어나 병원 현장에서 젊은 의사들과 밤을 새워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의료현장을 체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마치 햄버거 나눠주듯이 해도 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진료비 삭감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 사람들도 열악한 의료현장을 직접 겪어봐야 할 것이다. 의사들과 역할을 바꿔 서로의 입장을 체험해봄으로써 장기적인 발전책을 만드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호 < 성균관대 의료정보 석좌교수 jehole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