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2657억원, 영업이익 4885억원, 이용객 502만명, 고용인원 4813명.’

강원랜드(브랜드명 하이원)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다. 1998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에 따라 폐광촌에 설립된 강원랜드는 15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카지노 회사’를 넘어 워터파크 스키장 트레킹 등을 갖춘 사계절 종합리조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태백 영월 삼척 등 인근 폐광 지역을 묶어 강원도 남부지역을 세계 수준의 관광벨트로 육성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견인차 역할 톡톡

강원랜드의 핵심 사업인 카지노가 처음 문을 연 것은 2000년 10월이다. 이듬해인 2001년 46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꾸준히 매출이 늘어나 2007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까지 5년간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레저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는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지난해 강원랜드 매출의 94%는 카지노에서 나왔다. 960대의 슬롯머신과 132대의 룰렛·블랙잭 테이블을 갖춘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외국인 공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 이용객 수는 지난해 298만명으로 10년 전(약 90만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일부에선 도박 중독 등 사행산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 부흥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2000년 카지노 영업 개시 후 지난해까지 강원랜드가 낸 각종 세금과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총 3조4300억원에 달한다. 강원도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 효과는 △생산 증대 1조1883억원 △부가가치 증대 9621억원 △소득 증대 2918억원 등 연간 3조2014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폐특법 개정안 통과로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운영 시한이 2015년에서 2025년으로 10년 연장됐다. 최동열 강원랜드 기획조정실장은 “폐광 지역 개발을 위한 각종 현안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낙후한 강원도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스키 등 레저 사업 매출 쑥쑥

호텔·콘도 스키장 골프 등 카지노 이외 분야 매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3470억원) 중 카지노를 제외한 레저사업 분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3% 증가한 31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로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높아졌다. 2006년 개장한 하이원스키장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늘고, 그 결과 호텔·콘도 객실 이용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스키장은 개장 첫해 매출이 20억원, 이용객 수는 10만6000여명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에는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난 232억원, 이용객 수는 9배 이상 증가한 95만4000여명을 기록했다.

전인혁 리조트사업 본부장은 “카지노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 카지노 이외의 레저사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강원랜드=카지노’라는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남부 명품 관광벨트 구축

강원랜드는 작년 9월 제2의 도약을 위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연간 1000만명이 이용하는 아시아 최고의 사계절 종합 리조트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낙후한 교통 여건 등이 개선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버금가는 세계적 휴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하이원스키장과 골프장에 이어 명품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옛 석탄 운반로와 주변의 명산을 엮어 평균 고도 1000m 이상, 총 연장 160㎞의 트레킹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계절 종합리조트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워터파크 사업에도 최근 착수했다. 2015년 개장을 목표로 197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6만840㎡ 부지에 들어서는 워터파크의 테마는 ‘물의 도시’다. 세계 최초로 건축물 외관을 유리돔으로 짓고 500m 길이의 초대형 슬라이드를 갖출 예정이다.

태백 영월 삼척 정선 등 폐광지역 4개 시·군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묶는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예컨대 태백은 게임·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입주하는 E-시티, 삼척은 스위치백 철로(가파른 고개를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형으로 설치된 선로)를 이용한 레저 관광지, 정선은 탄광문화관광촌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강원랜드는 관광벨트 사업에 2014년까지 총 5017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아시아 최초로 국제스키연맹 총회 유치

강원랜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하이원리조트 내 컨벤션호텔에서 국제스키연맹(FIS) 총회를 개최한다.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FIS 총회에는 110개국에서 1500여명이 모인다.

총회가 치러질 컨벤션호텔은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과 6개국어 동시 통역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FIS 총회를 계기로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MICE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MICE산업은 회의 관광 전시 등을 하나로 묶는 종합 관광산업이다.

최 실장은 “컨벤션 기능만 갖춘 서울의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와 달리 전시회 참가와 동시에 스키 골프 카지노 등 다양한 레저문화를 즐길 수 있다”며 “서울과 부산, 제주에 집중돼 있던 전시회 수요를 강원도로 끌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