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실탄 장전, 저가쇼핑 전략은? 작전명 '투트랙'ㆍ암호명 '분할 매수'
코스피지수가 3개월여간 지속된 박스권(1950~2050) 하단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과 프랑스의 좌파정권 출범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나흘 연속 주식을 내다팔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최근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덕분에 ‘실탄’을 장전한 자산운용사들은 지수 하락을 틈타 화학 중공업 해운 등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업종을 저가 매수하고 있다.

○1950선 가까스로 방어

코스피지수는 7일 32.71포인트(1.64%) 하락한 1956.44에 마감했다. 지난 1월31일(1955.79) 이후 3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빠졌다.

삼성전자가 1.32% 내린 134만2000원에 마감했고 현대중공업(-3.32%) LG화학(-3.29%) SK이노베이션(-4.66%) 삼성중공업(-6.44%) 등도 하락폭이 컸다. 시총 상위 종목 중 현대차(0.19%) 기아차(0.75%) 한국전력(0.21%) 등 일부 종목만이 가까스로 상승세를 지켜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에 대한 실망감과 재정 긴축에 부정적인 프랑스 사회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며 “당분간 증시는 박스권을 하향 돌파할 위험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그나마 1950선을 방어할 수 있었던 데는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컸다.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5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소화했다.

○운용사, 낙폭 과대주 저가 매수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의 최근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이날 순매수 금액은 561억원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는 지난달 10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 이날까지 601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3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고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달에 올 들어 처음으로 순유입을 기록했다”며 “자금 수혈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시장 조정을 이용해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있는 종목을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최근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아차 등 시장 주도주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한국전력 LG화학 한진해운 등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낙폭 과대주에도 두루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호삼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제한적이나마 자금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와 자동차주를 사느라 펀드 내에서 비중을 지나치게 축소했던 업종 대표주를 조금씩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의 주간 단위 변화율을 보면 단기 이익모멘텀 개선 업종 수가 4월 둘째주 6개에서 지난주 16개로 증가했다”며 “이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새롭게 가시화되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컴백해야 증시 상승 반전

자산운용사의 매수세가 최근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팀장은 “작년 3월, 8월 등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도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왔다”며 “최근 자산운용사의 움직임 역시 철저하게 저가 매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가 복귀해야만 국내 증시도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 본부장도 “최근 펀드매니저들을 보면 주가가 빠질 때마다 주식을 조금씩 사두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의미 있는 개선 조짐을 보이거나 두 나라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꺼내드는 정도의 모멘텀이 생겨야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안상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