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국회의석의 과반인 152석을 차지하며 제1당으로서 국정운영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100석도 얻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 비하면 선전한 것이 분명하다.

반면 과반 의석을 당연시했던 민주통합당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27석을 차지하면서 참패라는 평가 속에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선택한 이 결과에 대한 분석도 당연히 다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특이한 것은 각 당의 정책대결에 대한 평가는 매우 소극적인 반면, 공천 결과에 대한 평가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이 복지포퓰리즘 선거였다는 지적들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기조로 한 중도(中道) 표방과 친서민 공약이 국민 마음을 움직여 승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대선정국에서도 그대로 효력을 유지할지는 상당히 의문시된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보았듯이 민심은 끊임없이 변하며,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 국가의 국민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즉 근거 없는 퍼주기식 선심공약에 우리 국민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총선에서 내건 복지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또 다른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무상보육, 고교의무교육, 대학생등록금 부담완화 등의 복지공약을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이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매년 총 15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대학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이상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복지공약을 내건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매년 33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해 예산이 325조원임을 감안해 보면 앞으로 적게는 약 4.6%에서 많게는 10.15%를 매년 증액시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경제성장률 3.8%, 올해 3.7% 등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최초의 보통선거가 실시됐던 1948년 이후부터 줄곧 그랬듯이 이 공약(公約)을 단순히 공약(空約)으로 치부하고 양당 모두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날,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은 독배(毒杯)를 마시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당이든 집권당이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공약(公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은 예산으로 복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무상급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투망식 복지는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든, 선별적 복지 또는 맞춤형 복지든 그 수혜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무상보육 및 대학 등록금 수혜 계층을 상세히 정하고, 의무교육을 실시할 고등학교의 종류 또한 세부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탁상공론식 복지행정이 아니라 발로 뛰는 복지행정을 실현해 복지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또한 복지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복지예산 누수’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보다 정밀하게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년 증가하는 복지예산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키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내수시장이 저성장기에 진입한 것을 고려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보다 많은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제도를 철폐하는 일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국내 기업이 20개(2011년 기준 14개) 이상 진입할 수 있도록 패키지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한 방법일 수 있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 교수 shchun@ss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