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152 vs 민주통합당 127’

당초 예상이 크게 빗나간 19대 총선 성적표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바람을 새누리당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 지나친 정책 좌클릭을 가져온 야권연대와 전략부재, 김용민 막말 부실 대응을 패인으로 지적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총선 대승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가도에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12일 가진 좌담회에는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원책 자유기업원장(변호사),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이재창 한국경제신문 정치부장이 맡았다.

▷사회=여대야소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전원책 원장=새누리당부터 통합진보당까지 정책의 차이가 거의 없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만 다르다. 정책의 차이가 없다보니 누가 더 실수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의혹에 김용민 민주당 후보의 막말 파동이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은 ‘민간인 사찰’을 덮을 정도로 굉장히 컸다. 이 때문에 최소한 민주당이 가져갈 10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배종찬 본부장=여론조사 기관들도 관성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 새누리당이 130석 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0석이나 늘었다. 지난 6·2 지방선거나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처럼 2030세대들이 야권을 찍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2030세대에 대한 가중치를 둔 게 실책이다. 이번 선거엔 젊은층이 투표장에 생각보다 안 나왔다.

▷사회=충청과 강원, 영남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다.

▷전 원장=강원도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데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민주당이 진보당과의 야권연대로 좌파세력으로 비쳐지면서 안정희구 세력이 결집한 것이다. 마침 북한이 광명성을 쏘고 핵실험을 하겠다고 나오면서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자극했다. 새누리당의 충청권 승리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역할 덕분이다.

▷김용호 교수=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 양상을 띠다 보니 민주당이 강원·충청이라는 지역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 같다. 새누리당은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고 세종시를 지켰다고 내세우면서 승리했다. 여당의 선거전략이 주효했고 야당의 선거전략은 상당히 미숙했다. 민간인 사찰도 폭로하자마자 바로 역풍을 맞은 게 대표적이다.

▷전 원장=대선의 전초전이어서 그런지 지역주의가 18대 총선보다 공고해졌다. 영남은 새누리당이 석권하고 호남은 야권이 석권했다. 처음 ‘낙동강벨트’가 논의될 때는 야권이 12~15석까지 가능하다고 봤었는데 점차 미풍에 머물렀다. 유재중·김형태 후보같이 성추문에 휩싸이거나 논문표절을 한 문대성 후보도 낙승할 정도로 지역주의가 공고해진 것이다. 이는 엄연한 민주주의의 후퇴다.

▷사회=‘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는가.

▷배 본부장=충청권과 영남권에서는 박 위원장의 방문 전후로 여론조사 결과가 확연히 달랐다. 지역에서 박근혜 바라보기가 커졌다. 이번 선거는 과거나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이 가장 힘을 발휘한 선거였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바람은 낙동강벨트에서도 거세지 못했다. 현재 권력인 이명박 심판론보다도 대권주자인 박 위원장 바람의 영향력이 컸다.

▷전 원장=그렇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 투표를 끌어냈는데 민주당은 정권심판이라는 회고적 심판을 했다. 회고적 심판으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없는 2030세대를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동력을 이끌지 못한다. 여기에 김용민 막말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사회=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은 FTA를 폐기하고 해군기지를 중단시키겠다고 하는 등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쳐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전 원장=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말을 많이 했다. 삼성전자를 쪼개서 500개 회사로 만든다거나 전경련을 해체한다거나. 이런 진보당이 안정희구 세력에겐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으로 비쳐진다. 이런 세력과 함께하는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됐다.

▷김 교수=19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내 연대파가 주류를 잡게 되면 국회 개원 협상부터도 어렵게 될 것이다.

▷배 본부장=새누리당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어느 정도 했다. 야권에서는 그런 노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FTA 폐기보다는 검토 후 재협상 얘기를 했어야 한다. 해군기지도 국민을 위해 검토하겠다 정도로 그쳤어도 이렇게 패배하진 않았을 것이다. 야권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을 해야 한다.

▷김 교수=야권연대로 진보당은 얻은 게 많지만 민주당은 잃은 게 많다. 진보당은 마이너인데도 메이저인 것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단일화가 없었다면 수도권 당선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책이 과격해지면서 중도 지지층을 잃게 됐다. ▷사회=총선 승리가 박 위원장에게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나.

▷전 원장=어디가 1당을 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부담이라는 얘기가 선거전에 나왔다. 통상 대선 직후 총선에서는 도미노 효과가 있어 유리하지만 총선 직후 대선에서는 견제심리가 발동하는 스윙이론이 통한다. 선거에서 압승한 게 박 위원장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 흥행을 일으킬 만한 드라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패배도 부담이다. 반면 민주당은 위기의식 때문에 진보좌파세력이 뭉치면서 드라마가 생겨날 여지가 많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낙승하지 못하면서 친노세력의 힘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손학규 상임고문이 클 가능성이 있고 김두관 경남지사,유시민 진보당 공동대표도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포함하는 범야권에선 드라마가 나올 여지가 많아졌다. 과거 2002년에도 드라마가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배 본부장=이제부터 남은 8개월 동안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다. 야당은 이명박 심판이 아니라 박근혜 심판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박 위원장도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서 국가에 봉사하는 이미지가 드라마처럼 보일 여지는 있다.

▷사회=안 원장의 대선 행보는.

▷전 원장=안 원장은 이미 민주진보 진영에 일정 부분 가담하고 있다. 안 원장이 한 가장 센 발언은 ‘삼성동물원’ 발언이다.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고취시키는 언급이다. 그가 자유주의 우파나 보수세력과 연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안 원장은 아직 공부가 안돼 있다. 1년 동안 과외수업을 한다고 될 게 아니다.

▷사회=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의 출구는.

▷김 교수=야권은 민주진보 연합만으로는 안 된다. 안 원장을 어떻게 해서든지 끌어들이는 명분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 원장은 당의 좌파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중도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전 원장=민주당이 정책에서 진보당에 끌려가서는 미래가 없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