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거센 '女風'
검찰 인사에서 ‘성역(性域)’이 무너지고 있다. 수사 검사들의 핵심 근무지인 서울중앙지검에서 간첩과 조직폭력배를 잡는 부서에 처음으로 여검사가 배치되는 등 ‘여풍(女風)’이 거세다.

서울중앙지검은 20일자 검사 인사에서 공안1부에 권성희 검사(37)가, 강력부에 김연실 검사(37)가 각각 여검사로는 최초로 전입하게 됐다고 19일 발표했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수1부에도 여검사로는 7년 만에 김민아 검사(39)가 새로 배치됐다. 사법연수원 34기로 동기인 이들 3명은 모두 해당 부서를 지원해 인사에서 받아들여졌다.

권성희 검사가 근무하게 된 공안1부는 국가안보와 선거 사건을 다루는 부서다. 권 검사는 2008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근무 당시 총선 관련 선거법위반 사건을 수사했고, 2010년 의정부지검에서도 전국 동시 지방선거 관련 사건을 수사하며 선거사범을 적잖게 구속했다. 권 검사는 최근의 ‘돈봉투 사건’을 의식한 듯 “(선거에서) 돈을 주고 받으면서도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잘못된 선거문화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실 검사는 강력부에서 마약 사건과 이와 연계된 조직폭력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임관 후 두 번째 군무지였던 부산지검과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에서 마약사건 재판을 전담했다. 김 검사는 “언론에 비쳐지는 강력부 검사가 멋있어 모델로 삼아왔다”며 “여검사가 없다고 해서 용기있게 지원했는데 될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거친 사람들 다루는 일을 여검사가 잘 할 수 있겠나’라는 물음에 그는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남녀의 차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최정예 부서로 꼽히는 특수1부에 배치된 김민아 검사는 “검사가 됐을 때부터 특수부는 ‘로망’이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수사로 실체를 밝혀내는 힘을 가장 응집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 특수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검찰 내에서도 ‘악바리’로 불린다. 권 검사는 과거 출산휴가 당일에도 새벽 4시까지 일하다 양수가 터져 병원에 갔던 일로 유명하다. 그만큼 각오도 새롭다.

이들 여검사 3총사는 기존 검찰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도 불식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민아 검사는 “법정의 법대(판사가 앉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낮아 보이는 법”이라며 “그동안 나 자신도 사람들을 내려다본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또 수사지휘 전담팀을 구성해 김성훈 검사(40·29기) 등을 배치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