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독주…소니, LG와 손 잡고 반격
TV 사업 재건을 선언한 일본 소니가 처음으로 LG의 편광필름패턴(FPR) 기술을 채용한 3D(3차원) TV를 내놨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셔터글래스(SG) 기술 방식의 3D TV만 고집하다 시장경쟁에서 밀리자 LG와 새로운 3D TV 동맹을 맺어 삼성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S-LCD 지분을 전량 매각, 삼성과의 LCD(액정표시장치) 합작도 청산했다.

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은 LG, 소니와의 차이를 더욱 벌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니, LG와 손잡고 3D TV 반격

19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최근 중국에서 FPR 방식의 3D TV를 처음 출시했다. 32인치와 42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로 가격은 각각 4199위안(75만원), 5999위안(107만원)으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니가 TV 점유율 회복을 위해 LG 방식의 3D TV를 선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G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은 데다 중국 시장에선 FPR 방식이 좀 더 보편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소니는 삼성전자, 샤프 등과 ‘3S’로 불리며 SG 방식의 3D TV만 판매했다. 하지만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과 LG에 밀리면서 소니 3D TV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0년 4분기 33.7%에서 작년 4분기 13.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LG는 삼성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채택하며 3D TV 점유율을 5.6%에서 13.4%로 끌어올렸다. 소니를 제치고 삼성에 이어 2위다. LG는 소니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인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3D=LG’ 이미지를 심어나갈 계획이다.

소니가 LCD에서 삼성과 결별한 게 LG와 손잡은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는 4월 소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는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은 최근 “8년째 적자인 TV 사업을 2년 내 흑자로 돌려놓겠다”며 “삼성과의 LCD 합작사업 청산으로 패널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TV 독주…소니, LG와 손 잡고 반격
소니는 2010년까지 삼성전자와의 LCD 합작법인인 S-LCD로부터 대부분의 TV 패널을 공급받다가 합작 청산 시점인 작년 12월을 전후로 LG디스플레이와 대만업체 납품 비중을 높여왔다.

2010년 3분기만 해도 소니는 TV 패널의 63.7%를 삼성에서 공급받았으나 이 비중은 작년 3분기 40.7%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만 AUO 패널 비중은 16.0%에서 21.3%로, LG디스플레이 비율은 0.1%에서 28%로 각각 급등했다.

◆삼성 “TV시장 독주 이어간다”

삼성은 글로벌 지역별로 차별화한 다양한 스마트TV 제품을 통해 LG, 소니 등 2위권과 격차를 더욱 벌리며 독주 체제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2010년 22.1%였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사상 최대인 23.6%로 끌어올렸다. 6년 연속 시장 1위다. 특히 작년 4분기에만 1587만대를 팔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진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등 지역과 고객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매출과 수익 극대화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LG는 2010년과 같은 14.1%로 2위를 유지했다. 11.9%에서 10.3%로 떨어진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반면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1%포인트 안팎씩 상승했다. 지난해 세계 TV 판매량은 2억4767만대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으나 3D TV 시장 규모는 2412만대로 1년 전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