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바보야, 문제는 양극화야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란 구호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제는 어느 나라 선거에서나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라면 단연 양극화가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이제까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선거가 다가오니까 양극화를 재벌의 탓으로 돌리면서 재벌 때리기를 득표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1%를 때리면 99%는 저절로 자기 편이 될 것이란 선거전략으로 읽혀진다. 선거가 끝나고도 이런 전략을 이끌어갈지는 미지수다. 선거가 끝나면 나몰라라 하는 게 정치권의 행태였다.

물론 재벌들이 골목경제에 타격을 입힌 것 자체를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이를 방치해온 정치권에 있다. 민주주의는 의회정치다. 법은 의회에서 만들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할 뿐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허용하고 이제 와서 대기업을 공격하는 건 여론을 분열시킬 뿐 법치국가답지 못한 처사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회가 반독점(Anti-Trust)법을 만들면 된다. 미국의 보잉사는 자금이 없어 빵집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 법 때문에 자신들의 특기인 비행기 제조에만 몰두하고 이익금을 더 좋은 비행기를 제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쓰고 있는 것이다.

보잉사 같은 대기업이 골목에 화려한 대형 빵집을 내고 매일 싼 가격에 세일을 하면 다른 소규모 빵집들은 금세 문을 닫게 되고 결국 보잉사는 제빵사업을 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후 보잉사가 빵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보잉사가 운영하는 빵집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반독점법을 적용해 대기업의 골목 빵집을 막고 있다.

양극화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분열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부유층과 극빈층의 소득 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죽겠다고 하고 대기업들은 매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정치권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고 결국 빵집 사업에서 손을 떼기에 이르렀다.

이런 식의 민주정치는 옳지 않다. 법을 만들고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선거 때마다 떠들어대지만 이미 이를 억제하는 비슷한 현행법이 있다.

이를 알면서도 공연히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쇼를 하는 건 곤란하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비상한 각오 없이 그저 당선되기 위해 정치적으로 양극화를 이용하는 것은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문제다. 정치꾼이 넘쳐날수록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한국경제신문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