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의원(민주통합당)은 올해 들어서만 법안 17개를 발의했다. 이 중 16건은 지난 2일 하루 동안 낸 것이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올해 20건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의 이진복 의원은 7건, 김성조 정옥임 의원은 각각 5건의 법안을 내놓았다. 개별 의원들이 올해 초부터 19일까지 발의한 법안은 158건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국회 일정상 대부분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이다. 국회 회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4월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임위원회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제출된 법안 중 13개를 제외한 145개가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18대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지난 17대 국회에선 총선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중 66.5%가 자동 폐기됐다. 17대 국회 전체 기간 동안 제출된 법안의 자동폐기율인 51.4%보다 15%포인트 이상 높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특정 계층의 민원을 해결하는 법안과 선언적인 정치 개혁을 표방하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손범규 의원(새누리당)은 의사의 지도 없이도 노인복지관에서 의료기기를 이용한 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은 골목상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안 3건을 연달아 내놓았다.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13일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수당을 10%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하는 입법활동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법을 만드는 건 의원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기’를 문제삼는 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그렇게 중요한 법안이라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서둘렀어야 했다. 만에 하나 공천전쟁을 앞둔 ‘총선용 한건주의’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회 주변에선 “의원들 스스로도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 법안을 제출하는 것 같다”며 “법안을 몇 건 발의했다는 실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꼼수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