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임기 말 법안 쏟아내는 의원들
이들 법안은 국회 일정상 대부분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사라질 운명이다. 국회 회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4월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임위원회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제출된 법안 중 13개를 제외한 145개가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18대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지난 17대 국회에선 총선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중 66.5%가 자동 폐기됐다. 17대 국회 전체 기간 동안 제출된 법안의 자동폐기율인 51.4%보다 15%포인트 이상 높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특정 계층의 민원을 해결하는 법안과 선언적인 정치 개혁을 표방하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손범규 의원(새누리당)은 의사의 지도 없이도 노인복지관에서 의료기기를 이용한 건강증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조경태 의원(민주당)은 골목상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안 3건을 연달아 내놓았다.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13일 발의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수당을 10%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하는 입법활동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법을 만드는 건 의원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기’를 문제삼는 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그렇게 중요한 법안이라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서둘렀어야 했다. 만에 하나 공천전쟁을 앞둔 ‘총선용 한건주의’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회 주변에선 “의원들 스스로도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 법안을 제출하는 것 같다”며 “법안을 몇 건 발의했다는 실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꼼수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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