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도시계획委 뒤에 숨은 서울시
“개포지구 아파트 소형주택 비율 확대 여부는 도시계획위원회 소관입니다. 서울시가 관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도계위 쪽에 문의하세요.”(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최근 서울시 도계위 소위원회가 개포지구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 때 기존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가구 수의 절반만큼을 소형으로 짓도록 요구한 것과 관련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차라리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결정권이 도계위에 있고,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개포시영의 한 주민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십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하나같이 ‘우리 업무가 아니다. 도계위에 문의하라’며 소형주택 비율 확대 요구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대학교수가 “정책적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을 계속 도출시킬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 견해를 밝혔을 뿐”이라며 “마치 서울시의 공식적인 의견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민간 전문가의 사적인 발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도계위와 서울시의 연계성을 부정한 것이다.

도계위는 개발대상 지역의 용적률이나 기반시설 확충 방안 등 도시 개발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 직속의 독립기구다. 행정2부시장과 공무원 4명, 서울시 의원 5명, 민간 전문가 21명 등 30명의 위원들도 관계 부서의 추천을 받아 시장이 선임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시장의 공약에 맞춘 결정들이 이뤄지고, 전임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원천무효화되는 일이 잦다보니 건설업계 일각에선 외부 전문가들이 소신있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도계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서울시 의원은 “시장의 지시를 받은 공무원이 강하게 나오면 대학교수 등 민간전문가들이 과감하게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용적률 및 종 상향안 부결, 소형 평형 비율 확대 등 최근의 도계위 결정은 공공성과 서민을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가 도계위를 방패막이 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