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주미대사 "FTA 폐기 주장에 美정부 우려 표명" 이임 회견
미국 정부가 한국 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FTA의 전략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무역협회 회장으로 추대된 한덕수 주미대사(사진)는 17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가진 이임 간담회에서 야당의 한·미FTA 폐기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의사를 내게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도 한·미FTA에 대한 한국 내 의견 차이를 잘 알고 있지만 한·미FTA는 양국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사는 “미국은 경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야 FTA를 체결한다”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FTA를 가장 먼저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FTA를 통해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그는 “한·미 동맹은 당연한 것도 아니고, 아무런 대가 없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의 안보와 경제 발전의 큰 기둥이 되고 있는 한·미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수정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수정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한 대사는 한·미FTA가 발효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후 “모두 노력해서 한·미TA를 성공시켜야지 패배주의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FTA는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이고 정치는 그 다음”이라며 “한·미FTA의 정치화엔 경제적·외교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음침한 동굴에 햇빛을 확 비춰 훤히 밝히는 것처럼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미FTA를 둘러싼 각종 루머와 음모론적 주장들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한 대사는 “주미대사직을 수행하는 3년 동안 엄청난 중압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미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발품을 팔면서 설득 활동을 전개, 한·미FTA 비준을 이끌어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미국 정부와 빈틈없는 공조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당시 밤중에 미 국무부로부터 걸려온 전화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국무부 청사로 한 대사를 초청, “한 대사가 지난 3년간 한·미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주미대사가 미 국무장관을 직접 만날 기회는 정상회담 배석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날 면담은 특별한 예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