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관광 도중 피랍..베두윈 납치범 "동료 석방 요구"

이집트 동북부의 시나이 반도에서 성지 순례에 나선 한국인 3명이 10일(현지시간) 현지 무장 세력에게 납치됐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과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베두윈족 무장 세력이 이날 오후 시나이 반도에서 한국인 탑승 관광버스를 세워 이모(62)씨와 또 다른 이모(53)씨 등 2명의 한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가이드 모모(59)씨 1명, 이집트 현지 직원 1명 등 모두 4명을 납치했다.

이들을 납치한 부족 세력은 나머지 관광객들을 버스에 남겨뒀다.

납치 당시 이 버스에는 모두 29명의 한국인이 탑승해 있었다.

피랍되지 않은 관광객들은 현재 시나이반도의 한 숙소에 머물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무장 경찰관을 태운 트럭 3대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부족 세력은 납치한 이집트인 직원을 통해 이집트 당국에 체포된 부족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관광객의 일정을 담당하는 현지 여행사는 밝혔다.

여행사 관계자는 "납치범들이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납치당하지 않은 분들은 모두 안전하다"고 말했다.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도 베두윈 무장 세력이 투옥된 동료과 한국인 관광객의 맞교환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은 "시나이반도 현지에 직원을 급파했으며 이집트 외교부, 경찰과 협의해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지 순례에 나선 한국인들은 이날 카이로를 출발해 시나이산으로 향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나이반도를 거쳐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3박4일 일정으로 관광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나이 반도 지역에서는 지난달 31일 중국 근로자 25명이 현지의 시멘트 공장에 출근하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던 도중 베두인족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베두인족은 중국인 납치 후 2004~2006년 시나이반도 휴양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 5명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피랍 중국인들은 이집트 당국과 납치세력의 협상을 통해 15시간여 만에 석방됐다.

시나이반도는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이후 소요사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시로 원유와 가스 송유관 파괴사건이 나고 지역 경찰서가 공격당하는 등 치안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이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