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귀국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시작한 중동 4개국 순방을 모두 마치고 11일 오전 귀국한다.

순방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이란 제재시 추가 원유 공급을 약속받는 등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사정은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2008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정국은 끝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빨려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희태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이 의혹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한때 검찰 수사가 빗겨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그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면서 결국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사건이 드러난지 한 달 만에 김 수석이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되면 청와대가 그동안 김 수석을 감싼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귀국 직후 어떤 식으로든 김 수석의 거취 문제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정상 외교 일정이 촘촘하게 이어지고 있어 현지에서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돈봉투 살포 의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대여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악재로 여겨진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출범한 정권이라는 이 대통령의 자부심에도 상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친인척과 측근이 연루된 임기 말의 전형적인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권력이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 통과에 실패한 정부의 국방개혁안과 약사법 개정안 등을 올해 관철시키는데 큰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는 여당의 협력조차 쉽게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재임 기간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한미 FTA 재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권 후 폐기하겠다는 서한을 미국에 발송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내외 경제 사정은 이 대통령의 시름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